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의장

1. 규제의 개념

규제(regulation)라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다의적 개념이다. 또한 연구자에 따라서 규제에 대한 다양한 개념정의가 시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 행정규제기본법 」 은 ‘행정규제’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국내법을 적용받는 외국인을 포함)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법령 등이나 조례ㆍ규칙에 규정되는 사항”으로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호). 결국 규제란 개인과 기업의 자유선택과 경쟁에 맡겨져 왔던 영역이 정부의 간섭과 통제 하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학술적으로나 규범적으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규제의 다양한 개념정의는 기본적으로 규제를 ‘정부규제’로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규제는 곧 ‘법적 규제(legal regulation)’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정부규제는 그것이 제한·금지의 내용을 갖고 있든 아니면 보호·지원의 내용을 갖고 있든 기본적으로 정부에 의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현되는바,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 중의 하나인 법치국가원리 혹은 법치주의의 내용인 ‘법률유보원칙’ 상 정부에 의한 공권력의 행사는 반드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 행정규제기본법 」 제4조 3) 가 ‘규제 법정주의’를 선언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런데 학술적으로나 규범적으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규제의 다양한 개념정의는 기본적으로 규제를 ‘정부규제’로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규제는 곧 ‘법적 규제(legal regulation)’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정부규제는 그것이 제한·금지의 내용을 갖고 있든 아니면 보호·지원의 내용을 갖고 있든 기본적으로 정부에 의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현되는바,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 중의 하나인 법치국가원리 혹은 법치주의의 내용인 ‘법률유보원칙’ 상 정부에 의한 공권력의 행사는 반드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 행정규제기본법 」 제4조가 ‘규제 법정주의’를 선언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2. 자율규제의 의미와 유형

정부규제(법적 규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자율규제’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자율규제의 개념정의도 국가별, 영역별, 연구자별로 다양할 수 있다. 예컨대, 자율규제를 “경제적 규제와 사회적 규제 어느 쪽에서나 정부를 대신하여 관련업계가 자율적으로 업계의 기업, 또는 직종의 사업자의 행동을 규제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견해 , “자유방임이 아닌, 민간영역이 전통적인 정부영역에 해당되었던 규제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부영역은 이러한 민간영역의 활동과 역할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협력·지원함으로써, 규제의 합리화 및 효율성을 추구하는 규제방식”으로 정의하는 견해 , “조직화된 집단이 그 구성원의 행위를 규제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견해 등이 있다.

그런데 자율규제의 핵심적인 의미는, 기존에는 규제의 객체이었던 사업자 내지 사업자단체가 법령상 자신들이 준수해야 할 기준을 스스로 수범하도록 함으로써 ‘규제의 대상’이 아닌 ‘규제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율규제는 행정에 의한 통제로부터 사업자의 자기책임원칙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율규제는 정부규제를 전적으로 배제하는 무규제(un-regulation)나 과도하거나 시장요인을 약화시키는 공적 규제를 제거하는 탈규제(de-regulation)와도 구별되는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자율규제는 전통적인 명령통제적 혹은 명령지시적(command & control) 정부규제보다 효율성, 집행과 순응 확보의 용이성, 환경변화의 적응성, 전문성 등에 있어서 우월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정부 개입의 한계 및 시장 기능의 확대 차원, 정부규제에 대한 대안 차원, 전문 영역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 차원에서 자율규제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한편 쥴리아 블랙(Julia Black)은 자율규제 유형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러한 분류는 자율규제의 주체와 정부와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구분이다.

첫째, ‘위임적 자율규제(mandated self-regulation)’로서, 산업계 전체와 같은 일정한 집단이 정부가 설정한 틀 내에서 규범을 형성하거나 집행할 것을 정부로부터 요구받는 것이다.

둘째, ‘승인적 자율규제(sanctioned self-regulation)’로서, 규제 대상 집단 스스로가 규제시스템을 형성하는데, 이러한 규제시스템은 정부의 승인(approval)을 얻어야 한다.

셋째, ‘강제적 자율규제(coerced self-regulation)’는 산업계 자체가 규제를 형성하고 부과하지만 그것은 정부의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이고, 따라서 자율규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부가 입법적 규제를 부과하게 된다.

넷째, ‘자발적 자율규제(voluntary self-regulation)’는 자율규제를 촉진하거나 명령하기 위한 직·간접적인 국가의 능동적인 개입이나 관여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자율규제이다.

쥴리아 블랙의 이러한 자율규제 4유형 분류는 2000년 독일의 베텔스만 재단(Bertelsmann Foundation)이 출간한 「 Protecting Our Children on the Internet: Towards a New Culture of Responsibility 」 라는 책에 실린 프라이스와 버헐스트(Price & Verhulst)의 논문을 통해서 수용되고 , 그 이후 우리나라에서 프라이스와 버헐스트의 논문의 영향을 받은 인터넷 자율규제 연구를 통해 대표적인 자율규제 유형 분류로 많이 인용·소개된 바 있다.

3.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의 관계

가.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의 장·단점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는 규제의 주체를 중심으로 구분되지만, 사실 규제의 목표는 동일하다. 즉 자율규제든 법적 규제든 사회적 규제 영역에서 규제의 목표는 동일하게 인간의 존엄성 보장, 청소년 보호, 소비자 보호 등 사회적 책임의 이행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는 각각 장점 및 단점들을 갖고 있다.

먼저 자율규제는 다음과 같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자율규제는 당면한 문제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당사자들’에 의해 실행된다. 사업자들은 당면 문제들을 즉시 해결하는데 필요한 기술들이나 수단들, 데이터 등을 손쉽게 이용 가능하다.

둘째, 자율규제는 법적 규제보다는 ‘유연한’ 방식이며, 또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방식이다.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관행이나 경영방침을 신속하게 바꿀 수 있으며, 항상 변화하는 현실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반면에, 법적 규제는 관련 입법들을 개정하기가 쉽지 않고, 또한 법 개정 절차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절차이다.

셋째, 자율규제는 법적 규제보다는 ‘국제적인’ 방식이라는 점도 하나의 장점으로 지적될수 있다. 예컨대, 인터넷사업자들은 국제적인 차원의 협조가 보다 쉬운 반면에, 법적 규제는 원칙적으로 당해 국가 영역 내에서만 적용되며, 국가 간의 협력에 있어서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법적 규제도 다음과 같은 장점들을 갖고 있다.

첫째, 법적 규제는 모든 국민들에게 ‘구속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반면에 자율규제는 자율규범 및 이의 자발적 준수를 담보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구속력이 없거나 약할 수 있다.

둘째, 법적 규제는 본질적으로 입법에 의해 제도화되고, 국가의 ‘강제력’을 담보로 집행되지만, 자율규제는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자율규제가 강제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국가의 강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자율규제의 성격이 변질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셋째, 법적 규제는 ‘민주적인’ 의회의 결정에 기반하고 있다. 자율규제는 종종 여타의 관련 당사자들 예컨대 이용자 등의 참여 없이 산업 부문의 특수한 이해집단에 의해서만 행해질 수 있다. 따라서 법적 규제는 사업자에 의한 자율규제보다 훨씬 더 강력한 도덕적 권위를 지니게 된다.

나.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의 관계

이상과 같은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의 장·단점을 전제할 때,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 상호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현실적으로 등장한다.

먼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의 상호 조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정부와 시장(산업계)이 공동으로 규제의 주체로서 참여하는 공동규제시스템(co-regulatory system)이 대안적 규제시스템으로 자주 제시된다. 어떻게 보면 공동규제시스템은 기본적인 틀은 법적 규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내용적인 부분은 자율규제 방식을 취하는 것을 상정하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자율규제의 실패에 대한 반성적 차원에서 공동규제시스템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다만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자율규제의 실패가 곧바로 법적 규제로의 전환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① 자율규제 → ② 공동규제 → ③ 법적 규제’로의 단계적 접근방식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따라서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의 상호 조화를 위해서는, 기본전제로서 자율규제를 위한 토대 구축 및 인식 제고, 시장(산업계)의 자율규제 역량 강화, 합리적이고도 효과적인 자율규제시스템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도출될 수 있다. 즉 자율규제가 가능하고 필요한 영역에서는 우선 자율규제의 실험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정부규제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형벌로 다스려야 하는 반사회적·반윤리적 행위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보다는 법적 규제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법치주의의 기본원칙 중의 하나가 자력구제(自力救濟) 금지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자율규제의 문제는 인간, 사회, 시장의 본성에 부합한 규제방식을 찾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선지원 교수는 자율규제가 유용하게 적용될 수있는 분야로, 첫째, 추상적인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구체적인 리스크가 명확히 드러나 있는 않은 분야(예컨대, 인공지능기술 분야), 둘째, 민간 주도의 자율적인 기술 발전이 중요한 분야, 셋째, 시장 행위자의 기술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이 규제 입안자 및 집행자의 것보다 월등한 분야, 넷째, 자율성 보장을 통해 수호해야 하는 가치가 존재하는 경우, 즉 자율성 자체가 하나의 가치로서 수호되어야 하는 경우(예컨대, 표현의 자유, 영업의 자유)를 제시하면서, ICT 분야가 대체로 이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분야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4. 게임 분야에서의 자율규제의 필요성

게임은 우리나라 ICT 산업의 주요 분야이면서도, 또한 고유한 특수성이 인정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게임 분야에서의 자율규제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게임산업은 ICT 산업이라는 점이다. 오늘날 게임산업은 온라인 및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ICT 산업에 해당한다. ICT 산업인 게임산업은 기술의 발전 및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영역이어서, 제도의 경직성이 높은 법적 규제가 적용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적 규제가 게임산업의 특성상 오히려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될 위험성도 있다. 23)
따라서 국가 주도의 ‘딱딱한 법(hard law)’이 아닌 게임산업 관련 주체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말랑말랑한 법(soft law)’으로 규제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자율규제의 적용및 확대를 통해서 법적 규제가 추구하는 규제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규제의 정당성’ 관점에서 과도한 국가후견주의 및 입법만능주의에 입각한 것이고, 또한 ‘규제의 실효성’이라는 관점에서 규제목표 달성에 그리 효과적이거나 효율적이지 못할 수 있다.

둘째, 게임산업은 문화산업이라는 점이다. 문화산업을 지배하는 헌법상의 원리는 문화국가원리이다. ‘문화국가’란 국가로부터 문화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고 국가에 의하여 문화가 공급되어야 하는 국가, 즉 문화에 대한 국가적 보호 ‧ 지원 ‧ 조정 등이 이루어져야 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24) 문화국가원리는 문화의 개방성 내지 다원성 표지와 연결되고, 이러한 문화의 사회적 토대는 ‘자율성’에 있다. 25) 따라서 자율성을 기본토대 및 속성으로 하는 문화산업으로서의 게임산업 영역에서는 법적 규제보다는 자율규제가 오히려 속성에 부합하기 때문에, 법적 규제보다는 자율규제가 우선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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