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2023년 12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국회 통과와 함께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는 법적 규제를 받게 되었다. 2024년 2월부터 시행된 이 규제는 게임 이용자의 알 권리 보장, 사행성 논란 해소, 게임 산업 투명성 확보 등 다양한 기대 효과를 가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에 따라 온라인・모바일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종류, 종류별 공급 확률 정보 등을 표시해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 제공 수나 제공 기간이 한정되는 경우 해당 정보 표시가 의무화된다. 또한, 특정 시행 결과가 다른 시행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이용 조건에 따라 게임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식(천장 제도) 등에 대한 공급 정보 표시가 의무화된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 도입에 따른 우려 사항도 존재한다. 게임 산업에서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에 따라 부담이 증가되고 혁신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법적 규제로 인한 유연성 부족 및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어려움 등도 예상된다. 또한, 법적 규제의 효과가 제한되고 불법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는 단순히 게임 산업의 규제 강화를 넘어, 게임 이용자 보호와 게임 산업 발전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중요한 사회적 변화이다. 이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가 일어난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에 대한 자율규제 및 법적 규제 역사를 정리하고 앞으로 우리나라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2.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의 역사

가. 확률형 아이템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 이용자가 일정 금액을 투입하고 무작위적・우연적 확률에 따라 얻게 되는 게임 아이템을 지칭한다. 사실 확률형 아이템은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 판매는 콘텐츠 유료화를 위한 혁신적인 사업 모델이었다.

많은 게임 이용자가 ‘게임은 공짜’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아이템 획득에 돈을 내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장착한 한국 게임은 잇달아 수출되며 한국 콘텐츠 산업의 효자 종목이 되었다. 게임 개발자 출신 창업가도 국내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을 얻기 위해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돈을 쓰게 되면서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사회 문제가 떠올랐다. 돈을 써도 확정적으로 원하는 아이템을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이용자 불만은 쌓여갔다. 게임 회사도 매출을 더 많이 올리기 위해 업데이트하면서 이용자가 새로운 아이템을 얻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도록 게임을 디자인했다.

나.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

확률형 아이템 규제 접근 방식으로 자율 규제와 법적 규제 등이 논의되었다. 게임 산업의 자율적인 노력을 통해 이용자 보호와 산업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 규제는 장점이 있지만, 법적 규제는 오히려 게임 산업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산업 트렌드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율 규제가 적합하나, 자율 규제만으로는 이용자 보호에 한계가 존재하며, 불투명한 확률 정보는 사행성 논란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다. 자율규제의 연혁

2015년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령 시행 이후 지난 8년간 자율규제는 꾸준히 보완되고 강화되어 왔다. 2015년 게임산업협회는 청소년 이용 가능한 게임물을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결과물 범위와 획득 가능한 아이템의 구간별 확률 공개를 의무화했다. 2016년에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민・관・산・학 전문가로 구성된 정책협의체를 발족하여 자율규제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캡슐형 유료 아이템을 제공하는 모든 게임물을 대상으로 확률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구간별 확률 공개와 함께 최초로 개별 구성 비율을 공개하는 내용으로 자율규제를 개정했다. 2018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강령 개정을 진행했다. 플랫폼・등급 구분 없이 캡슐형 유료 아이템을 제공하는 모든 게임물을 대상으로 개별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고, 무료 획득 가능한 경우를 제외한 유료 인챈트의 성공 확률 공개를 의무화했다. 또한 결과물의 확률 정보 확인 위치를 구매 화면 등에 안내하고 변경 시 사전에 공지하도록 하여 이용자가 용이하게 확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3차례 이상 강령 위반 시 언론에 공표하는 등 패널티를 도입했다.


2018년 말에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준수 현황 모니터링을 전문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관인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출범하여 완전한 자율규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9년 초에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2019년 5월 캡슐형 유료 아이템뿐만 아니라 강화형, 합성형 콘텐츠까지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강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3.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의 쟁점

 

 

가. 법적 규제의 내용

법적 규제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아이템 등 주요 유형으로 나누어 공급 확률 정보 등 표시 사항을 규정했다. 확률형 아이템의 제공 수나 제공 기간이 한정되는 경우 해당 정보 표시를 의무화했다.

이러한 규정은 기존 자율 규제 체계와 매우 유사하다. 확률 정보 미 표시, 거짓 확률 표시 등으로부터 게임 이용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게임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특정 시행 결과가 다른 시행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이용 조건에 따라 게임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식(천장 제도) 등에 대해서도 공급 정보 표시를 의무화했다. 이는 그간 자율 규제로 적용해 온 기준을 기반으로 게임 이용자 의견을 추가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 전환으로 게임 이용자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를 제도적으로 보다 표준적인 형태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게임 이용자들이 보다 일관성 있는 정보를 기초로 소비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지난 2019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게임 회사에 대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 확률형 아이템의 중요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 및 청소년 보호를 의무화했다.

나. 법적 규제의 쟁점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젊은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으로 발표되는 등 정치적으로 이슈화되었다. 게임 산업 관련 규제도 다시 강화되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2015년부터 준비하고 확률 공개를 강화해 온 자율 규제와 법으로 확률 공개를 강제화해야 한다는 법적 규제냐는 주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법적 규제를 옹호하는 관점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게임 아이템을 온라인 판매 상품으로 취급하며 청약 철회가 가능하지만 원하는 재화를 반드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 거래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법적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반면에 자율 규제 옹호 관점에서는 비즈니스 모델 설계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기보다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자율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서비스 운영에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는 게임 업계의 자율 규제가 잘 되고 있는 가운데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산업에 피해가 날 수 있고, 해외 게임 회사와 비교해 역차별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산업 진흥 측면에서는 다른 논리가 전개된다. 법적 규제 측면에서는 투명한 과금 구조 공개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자율 규제 관점은 확률형 아이템 자체를 사업 모델의 핵심으로 간주하고,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한 영업 비밀로 본다. 법・제도에 따른 공개 의무화가 게임 산업의 창의성이나 고유성을 파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트렌드 변화가 빠른 게임 산업에 법적 규제 도입에 따른 역동성・성장 저해도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게임 트렌드를 보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변형된 사업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빠르게 확률 공개 관리 체계가 따라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으로는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심사를 해보면 확률 정보를 표시해야 할 콘텐츠인지 모호한 경우도 많다. 확률 공개 정보를 경찰이나 검찰이 판단하는 건 더욱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장기간의 수사・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확률이 공개되더라도 이용자 보호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다.


해외 게임 회사 확률 정보 공개 측면에서도 법적 규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 해외에 서버를 둔 외국 게임 회사를 법적으로 제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법적 규제가 국내 게임 회사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4. 나가며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는 게임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관점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국가 재정을 투입하여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해야 하는지 여전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사업 모델 변화를 공공 영역에서 따라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최근 출시되는 중국 게임들을 보면 규제를 우회하는 변종 확률형 아이템 판매 게임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던 자율 규제 노력이 법적 규제로 전환되면서, 단순 확률 공개에 대한 세부적 규정이 훨씬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자율 규제에 대한 논의가 성숙해지고 있는 과정에서 지난 몇 년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구축해 온 노력과 노하우가 사라지는 것도 아쉽다.

법적 규제 도입과 함께 게임 회사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산업의 주요 수익 모델이다. 수익이 줄고 다양한 신규 게임에 도전하기 어려워져 다양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한 게임 회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별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야 한다. 운영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결국 이용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게임 회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책 마련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게임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문제는 단순히 자율 규제 대비 법적 규제의 이분법적 논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이용자 보호와 게임 산업 발전을 모두 고려하여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