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1. 들어가며

이용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여러 종류의 아이템 중 하나가 지급되는 이른바 ‘확률형 아이템’은 2005년경 도입된 이래 게임업계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게임업계의 과거 수익 모델은 게임을 일정 금액 또는 구독으로 판매하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게임 자체는 낮은 금액, 심지어는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아이템에 대한 인앱 결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확률형 아이템은 과도한 과금 유도, 지나치게 낮고 불투명한 확률, 청소년에 대한 보호 미비 등으로 그동안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거짓·기만적 행위에 대해서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하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규제되고 있는데, 더 나아가 게임산업 전반을 규제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자는 법제화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게임산업협회(이하 ‘협회’)는 2014년부터 이어진 논의 끝에 2015. 7.최초로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2017. 2. 확률형 아이템의 자체적 규제에 관한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이하 이후 개정사항을 포함, 이를 통칭하여 ‘협회 자율규제’)을 제정하여 협회의 모든 회원사가 이를 준수하도록 하였으며, 계속하여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현행 법제 및 이에 따른 자율규제의 필요성, 협회 자율규제의 의의 및 연혁, 그리고 협회 자율규제의 성과에 관하여 살펴 보겠다.

2.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제 현황 및 자율규제의 필요성

게임산업법은 ‘사행성’에 관하여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다 . 게임산업법상 ‘사행성게임물’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등으로서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게임산업법 제2조 제1의2호).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등급분류를 신청한 게임물에 대하여 사행성게임물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고(같은 법 제21조 제4항), 사행성게임물에 해당되는 게임물에 대하여는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다(같은 법 제22조 제2항). 또한 게임물 관련사업자는 게임물을 이용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하고, 경품 등을 제공함으로써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의무가 있으며(같은 법 제28조 제2호 내지 제3호), 이를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같은 법 제44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1의2호).

이처럼 게임산업법상 ‘사행성’은 우연적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고 그 결과로 재산상의 득실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확률형 아이템은 우연적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것으로써 이는 비교적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로 ‘재산상의 득실’이 발생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으나, 게임산업법은 게임의 결과물에 대하여 환전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재산상의 득실이 발생한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갖춘 게임물들은 사행성게임물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등급분류를 받고 있고, 국내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제공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으로 판단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산업법 외에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는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 또는 통신판매업자로 하여금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청약철회등 또는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확률형 아이템에 관하여 거짓·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이용자를 유인하는 것은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해당할수 있으며,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기만적으로 표시한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는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이용자를 기만하는 드문 경우에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이며, 모든 확률형 아이템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은 아니다.

한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민원은 최초 도입 시기인 2005년경부터 제기되어 1) , 2011년경부터는 일주일에 수십 건의 민원이 게임물관리위원회 및 문화체육관광부에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협회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 자체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자율규제를 제정하게 된 것이다.

3. 협회 자율규제의 의의 및 연혁

가. 자율규제 일반의 의의

자율규제는 “피규제자인 기업·개인 등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규제를 하는 것”, 혹은 보다 일반적으로 “조직화된 집단이 그 구성원의 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의미하며 , 국가가 시행하는 법령, 행정명령, 지시 등 정부규제와 대비된다. 자율규제는 정부규제에 비해 ①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업계 전문가가 규제를 구성하고(전문성), ② 이로 인하여 규제의 집행이 보다 용이하고 규제에 대한 순응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효율성), ③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에 규제가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다는(적응성) 장점이 있다.

나. 협회 자율규제의 개요 및 연혁

협회 자율규제는 게임물 이용자의 합리적 소비를 위하여 참여사가 준수하여야 할사항 및 이용자에게 제공하여야 할 정보의 내용과 전달 방식 등을 자율규제의 내용으로 규정함으로써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협회 자율규제 제1조). 협회 자율규제는 2015. 7. 최초로 시행된 이래 2017. 2. 15.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으로 제정되었고, 위 강령은 2018. 7. 1., 2021. 5. 27. 개정되었으며,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의무적 표시사항,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준수사항, 자율규제 평가위원회의 설치 및 그 역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협회는 2015. 7. 협회 자율규제를 최초로 시행함에 앞서 2014. 11. ‘청소년 보호를 위한 게임업계의 자율규제 선언’을 발표하고, 2015. 5. 자율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사회 및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2015.7. 시행된 최초의 협회 자율규제는 ‘캡슐형 유료 아이템’에 적용되었으며, ‘온라인/ 모바일 청소년 이용가 게임물’로 적용 범위가 한정되었다. 사업자는 캡슐형 유료 아이템의 결과물 범위 및 획득 가능한 아이템의 구간별 확률을 게임 홈페이지, 게임 내 상점 등사업자가 선택하는 위치에 공개하도록 하였다.

이후 협회는 2016. 11. 민·관·산·학 전문가로 구성된 정책협의체를 통한 논의를 거쳐 2017. 2.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을 제정하였고, 위 강령은 2017.7. 시행되었다. 2017. 7. 시행된 협회 자율규제는 적용 범위를 ‘온라인/모바일 내 캡슐형 유료 아이템을 제공하는 모든 게임물’로 확대하였으며, 개별 아이템 확률의 전체 공개와 등급별 구성 비율 공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였다(단, 후자의 경우 일정 구매 횟수 도달시 보상 지급, 희귀아이템 개별 확률 공개 등 추가 조치를 이행). 또한, 확률에 관한 정보를 게임 내에 안내하도록 하고, 자율규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위반 시 준수 권고, 경고, 공표 및 인증 취소 등 제재를 가하도록 하였다.

2018.7. 개정 및 시행된 협회 자율규제는 적용 범위를 ‘캡슐형 유료 아이템 및 유료 인챈트’및 ‘플랫폼·등급과 무관한 모든 게임물’로 확대하였으며, 확률형 아이템의 개별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하였다. 아울러, 확률에 관한 정보를 구매화면등 이용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공개하도록 하였다.

다. 2021. 5. 개정 및 2021. 12. 시행된 협회 자율규제의 내용

협회는 2021. 5. 개정 및 2021. 12. 시행된 협회 자율규제(이하 ‘최신 자율규제’)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적용 및 공개 범위의 확대
이전까지의 협회자율규제는 ‘캡슐형 유료 아이템 및 유료 인챈트 ’ 에 한하여 적용되었는데, 이는 갈수록 다변화되는 확률형 아이템 내지 콘텐츠의 유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최신 자율규제는 ‘아이템’대신 ‘콘텐츠’로 용어를 변경하여 아이템 외에도 효과·성능 등에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대상 범위를 ‘유료 캡슐형 콘텐츠’, ‘유료 강화형 콘텐츠’, ‘유료 합성형 콘텐츠’로 확대하였으며, 유료 요소와 무료 요소가 결합된 경우에도 규제를 적용하도록 하였다.

2) 표시 의무의 강화
최신 자율규제는 이용자가 확률을 보다 정확하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개별 확률을 특정 소수점까지 표시하도록 하였고, 강화형·합성형 콘텐츠에서와 같이 확률을 백분율로 표시하기 어렵거나, 이보다 이용자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 있는 경우에는 분수 또는 텍스트·함수 방식으로 확률을 표시하도록 하였다.

3) 자율규제 평가위원회의 평가 범위 확대
최신 자율규제는 유료 강화형·합성형 콘텐츠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자율규제 평가위원회의 평가 범위도 확대되었다. 또한, 백분율이 아닌 방식으로 확률형 콘텐츠의 조건과 결과 범위 등을 표시한 경우 자율규제 평가위원회가 그 적절성 여부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리하면, 최신 자율규제는 게임물 이용자에 대한 확률 정보 공개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확률을 보다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표시하도록 하여 이용자의 알 권리를 증진시켰으며, 현존하는 확률형 콘텐츠 유형에 대해 이용자에게 제공 가능한 모든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부과된 것으로 평가된다.

4. 협회 자율규제의 성과

협회는 2017. 7. 시행된 자율규제부터 외부 독립 기관을 통해 자율규제의 준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였으며, 2018. 11. 부터 새롭게 출범한 독립 기관인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에서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2018. 7. 개정된 강령을 기준으로 매월 모니터링을 진행하였으며, 협회에서 지난 2021. 5. 자율규제를 재개정하여 자율규제가 시행된 2021.12. 이후부터는 재개정한 자율규제를 기준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GSOK이 공표한 자율규제 모니터링 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최신 자율규제의 시행 직후인 2021. 12.에는 준수율이 70.2%를 기록하였다. 규제의 개정 직후 준수율이 다소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2018. 7. 개정된 협회 자율규제의 시행 초기에 준수율이 60% 정도였음을 고려할 때, 이는 상당히 높은 준수율이고, 협회 자율규제가 2015. 7. 최초로 시행된 이후 약 7년이 지남에 따라 협회 자율규제가 게임업계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최신 자율규제가 시행된 이후 2022. 3.부터는 준수율이 80%대 내지 70%대 후반을 계속하여 기록하고 있는데, 모니터링 대상 게임물(상위 100위)의 목록이 수시로 변화하고, 해외 게임업체, 중소 게임업체가 서비스한 게임물들의 갑작스런 흥행으로 모니터링 대상 게임물(상위 100위)로 갑자기 편입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최신 자율규제의 강화된 내용 역시 안정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2021. 12. 자율규제 강령 재개정 이후 3개월 만에 81.7%의 준수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강령 재개정이 시행되더라도 빠르게 사업자가 강령의 기준에 맞춰 업데이트 하며, 준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22. 6. 기준으로 협회 회원사의 온라인 게임은 93.9%(66개 중 62개), 모바일 게임은 95.6%(45개 중 43개)의 준수율을 보이고 있어, 회원사의 거의 모든 게임물이 협회 자율규제를 준수하고 있다.

회원사 준수율의 경우 협회와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서 끊임없이 자율규제 재개정 안내 및 준수 요청 등을 통해 높은 준수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나 비회원사의 경우 대부분 해외 게임사이므로 준수율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22. 8. 기준으로 국내 개발사의 게임물은 95.5%을 기록한 반면, 해외 개발사의 게임물은 54.9%의 준수율에 그쳐 해외 게임업체의 준수율이 국내 게임업체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나 협회 자율규제는 성질상 해외 게임업체에 대해 강제성을 지니지 아니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외 게임업체의 준수율이 약 55%에 달한다는 것은 국내에 게임을 서비스하는 해외 게임업체들도 협회 자율규제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이를 준수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처럼 최신 자율규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된 상황에서, 법적 규제를 도입한다고 하여 자율규제 이상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해외 게임업체에 대하여 법적인 집행력을 행사하는데 한계가 있고, 규제를 안내하고 준수를 유도함에 있어서 자율규제보다 법적 규제가 더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5. 결론

이상과 같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법적 규제의 공백, 자율규제의 필요성 및 협회 자율규제의 의의와 연혁에 대하여 살펴 보았다. 협회 자율규제는 2015. 7. 최초로 시행된 이래 이용자의 보호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으며, 2021. 5. 개정 및 2021. 12. 시행된 최신 자율규제는 확률형 아이템(콘텐츠)에 관해 이용자에게 제공 가능한 모든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부과하여 매우 높은 수준의 규제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신 자율규제에 대한 준수율은 약 80%(협회 회원사의 온라인 게임의 경우 93.9%, 모바일 게임의 경우 95.6%)에 달하여, 최초 시행으로부터 약 7년이 지난 협회 자율규제 체제는 게임업계에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게임산업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자율규제에 대한 해외업체의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업체의 준수율이 아직 60%는 넘지 않지만, 한국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다면, 국내업체와 해외업체의 준수율의 차이는 줄어들 것이다. 자율규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