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2021. 11. 11.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도입 당시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강제적 셧다운제는 2021. 12. 31. 그 효력을 상실하며 비로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11. 11. 20.부터 시행되었으니,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되기까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셈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한국 사회는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게 될까. 생각건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기보다는 편견과 오해에 기초한 부당한 억압이었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발의될 때부터 폐지되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면서,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잘못한 점은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2. 강제적 셧다운제의 도입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11. 4. 29.이지만 청소년의 심야 게임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 일이다.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가 최초로 제안된 것은 2004. 10. 19.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주최하고, 시민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청소년마을이 공동주관한 “청소년 수면권 확보를 위한 대책마련 포럼”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아이뉴스24 기사에 따르면,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 수면권 침해의 심각성과 온라인 게임의 연관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학부모와 청소년 500여 명을 대상으로 기초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이를 토대로 청소년들에게 수면권을 되돌려 주기 위해 “온라인 게임 셧다운 제도”의 도입을 제안하였다.((아이뉴스 24(2004. 10. 12.),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도입 추진…청소년 단체, http://www.inews24.com/view/126030))

이런 흐름 속에서 김재경 의원은 2005. 7. 18. 강제적 셧다운제가 포함된 법안을 최초로 발의하지만, 해당 법안은 17대 국회의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18대 국회가 시작되자 김재경 의원, 김종률 의원, 최영희 의원이 각 강제적 셧다운제 법안을 발의하였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2010. 4. 21.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한 후 제안설명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및 대체토론을 거쳐 법률안심사소위원회에 개정법률안들을 회부하였고, 법률안심사소위에서는 3건의 개정법률안의 내용 중 일부사항을 수정하여 대안을 제안하기로 하였다.

여성가족위원회에서는 법률안심사소위원회가 마련한 대안을 위원회안으로 제안하기로 의결하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2010. 4. 21. 회부된 대안을 2010. 4. 27. 상정하였으나, 2011. 4. 21.이 되어서야 처리가 이루어졌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법사위에 계류 중이던 2010. 12.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강제적 셧다운제 절충안에 합의하였다. 우선 강제적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청소년의 범위에 대해서는 14세 미만을 주장하던 문화체육관광부와 19세 미만을 주장하던 여성가족부가 서로 양보하여 16세 미만의 청소년에 대하여 셧다운제를 적용하기로 결정하였다. 강제적 셧다운제를 적용하는 게임의 범위에 대해서는 PC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문화체육관광부와 모바일 게임을 포함하여 네트워크로 연동되는 모든 게임에 대해 셧다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여성가족부가 한발씩 물러서 모바일 게임에 대해서는 셧다운제 적용을 2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하였다.

국회는 2011. 4. 29. 양 부처가 합의한 내용대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킨다. 본회의에서 16세 미만이 아니라 19세 미만의 청소년으로 셧다운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수정안이 제안되지만 결국 원안대로 가결되었다.

당시 국회를 통과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데,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로 하여금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과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었다.

강제적 셧다운제의 도입 과정을 살펴보면, 얼마나 졸속으로 입법이 이루어졌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었고, 관련 부처 사이의 의견 충돌이 첨예했음에도 불구하고, 셧다운제의 필요성이나 적용범위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대상이 16세 미만의 청소년으로 결정된 것은 해당 연령 이하 청소년들의 경우 게임에 과몰입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 아니라 14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적용을 주장하던 문화체육관광부와 19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적용을 주장하던 여성가족부가 타협한 결과에 불과하다.

더욱이 모바일 게임을 PC 온라인 게임과 다르게 취급할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진 바가 없었다.

3.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소원

강제적 셧다운제를 포함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해당 법률안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먼저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하여 일반적인 행동자유권, 평등권 등을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16세 미만의 청소년과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하여 교육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가 2011. 10. 28.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이와는 별개로 2011. 11. 4.에는 강제적 셧다운제로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게임사업자들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날로부터 약 2년 6개월 후인 2014. 4. 24. 청소년보호법상의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내렸다(2011헌마659).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고,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9명의 재판관 중 2명만이 위헌의견을 표명함에 따라,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는 기각되었다.

헌법재판소가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내린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 및 인터넷게임 중독을 예방하려는 것으로, 인터넷게임 자체는 오락 내지 여가활동의 일종으로 부정적이라고 볼 수 없으나, 우리나라 청소년의 높은 인터넷게임 이용률, 인터넷게임에 과몰입되거나 중독될 경우에 나타나는 부정적 결과 및 자발적 중단이 쉽지 않은 인터넷게임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16세 미만의 청소년에 한하여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만 인터넷게임을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고, 여성가족부장관으로 하여금 2년마다 적절성 여부를 평가하도록 하고, 시험용 또는 교육용 게임물에 대해서 그 적용을 배제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으며,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자발적 요청을 전제로 하는 게임산업법상 선택적 셧다운제는 그 이용률이 지극히 저조한 점 등에 비추어 대체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므로 침해최소성 요건도 충족하고, 나아가 청소년의 건강 보호 및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이라는 공익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법익균형성도 유지하고 있으므로, 강제적 셧다운제가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여가와 오락 활동에 관한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둘째, 인터넷게임은 주로 동시 접속자와의 상호교류를 통한 게임 방식을 취하고 있어 중독성이 강한 편이고, 정보통신망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면 언제나 쉽게 접속하여 장시간 이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다른 게임과 달리 인터넷게임에 대해서만 강제적 셧다운제를 적용하는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으며,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하고 게임법상 등급분류를 받아 정상적인 방법으로 제공되는 인터넷게임물에 대해서는 그 제공업체가 국내 업체인지 해외 업체인지를 불문하고 강제적 셧다운제가 적용되므로, 일부 해외 서버를 통해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게임물에 대하여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해외 업체에 비하여 국내 업체만을 차별 취급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이와 같은 결론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했을 때, 매우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인터넷게임이 언론에서 보도되는 각종 패륜적 범죄의 원인인지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인터넷게임도 오락활동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으나, 그 이용이 증가하면서 인터넷게임에 중독되거나 과몰입 증상을 보인 청소년이 자살하거나 모친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인터넷게임 중독 내지 과몰입 현상의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문제화되기 시작하였다고 판시함으로써 인터넷 게임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패륜적 범죄의 원인임을 전제로 이 사건 결정을 내렸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로랜스 커트너 박사와 셰릴 올슨 박사는 미법무부의 요청으로 2004년부터 2년여에 걸쳐 1,200명의 아동과 500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게임의 폭력적인 묘사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조사한 바 있다. 이들이 종국적으로 내린 결론은 비디오 게임의 폭력성이 아동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며, 아이들도 비디오 게임이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굳이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만약 게임이 현실 폭력의 중요한 원인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집단은 프로게이머 집단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잠자는 시간과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항상 연습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게이머 집단이 또래 집단에 비하여 범죄율이 높다는 연구나 통계는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프로게이머 집단의 폭력사건이 보도된 바도 없다.

인터넷게임 중독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각종 패륜적 범죄의 이면에는 과도한 경쟁시스템, 가정의 불화, 경제적 궁핍, 또래집단 사이의 갈등 등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내포되어 있어서 이러한 패륜적 범죄의 원인이 인터넷 게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아니한 언론의 선정적 보도에 근거하여 인터넷게임 중독이 곧 현실세계에서의 폭력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이 사건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두 번째는 과잉금지의 원칙 중 수단의 적정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헌법재판소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심야시간대에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정신적·육체적으로 성장 단계에 있는 청소년의 적절한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과몰입 또는 중독 현상을 방지하여, 궁극적으로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에 기여하고 나아가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예방하려는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며, 이를 위하여 인터넷게임 제공자가 심야시간대에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을 일률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인터넷게임 중독에서 말하는 “지나친 이용”이란 장시간의 이용을 의미하는 것이지 심야시간대 이용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며, 특정 시간에 일률적으로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세 번째는 과잉금지의 원칙 중 침해의 최소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헌법재판소는 청소년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 게임의 이용방법 및 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이른바 “선택적 셧다운제”가 게임산업법에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청소년 자신과 그 법정대리인이 적절한 시점에 과몰입 내지 중독의 위험을 인식하고 인터넷게임의 종류 및 시간대를 임의 선택하여 인터넷게임 제공자에게 직접 그 제한을 요청하는 제도로서 청소년 자신이나 부모 등의 자율적 시정 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는바, 현재까지 청소년이나 부모의 선택적 셧다운제의 이용률은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제도 자체만으로는 과도한 인터넷게임 이용 및 중독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되기 어려워 게임산업법상 “선택적 셧다운제”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동일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덜 제한적인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선택적 셧다운제의 이용률이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게임중독에 대한 적절한 제한조치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한 헌법재판소의 논거는 납득하기 어렵다. 동일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덜 제한적인 조치”를 관념적으로 상정할 수만 있다면, 이미 그 자체로 강제적 셧다운제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보다 완화된 조치의 이용률을 근거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가 병렬적으로 시행되고 있던 당시 상황에서는 청소년이나 학부모가 선택적 셧다운제를 통하여 게임이용 시간을 제한할 필요성이 현저히 감소하여 그 이용률이 미미할 수밖에 없는데도 오히려 이용률이 낮다는 이유로 선택적 셧다운제가 대안적 조치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은 매우 의아하다.

네 번째로 평등권 침해 여부에 관한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게임은 주로 동시 접속자와의 상호교류를 통한 게임 진행 방식을 취하고 있어 지속적인 수행이 가능하므로 게임자가 스스로의 의지로 중단하기 쉽지 않은 특징이 있고, 정보통신망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면 시간적·장소적 제약 없이 언제나 쉽게 접속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장시간 이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인터넷게임이 아닌 기타 게임 중에서도 강한 흡인력을 가진 게임들이 다수 존재할 뿐만 아니라 CD 게임 등 기타 게임의 경우에는 네트워크 기능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게임에 비해 오히려 더 접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강제적 셧다운제는 기타 게임 이용자와 인터넷 게임 이용자를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차별은 게임 중독 방지라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입법목적과는 무관하게 규제의 집행가능성을 근거로 양자를 차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다섯 번째는 국내 인터넷게임업체에 대한 평등권 침해 문제이다.

헌법재판소는 해외 업체의 경우 국내에 별도의 지사 설립 등을 통해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하고 제공하려는 인터넷게임에 대하여 게임산업법상 등급분류절차를 밟고 있는바, 이와 같이 정상적인 인터넷게임 제공행위를 하는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경우에는 국내 업체인지 해외 업체인지를 불문하고 이 사건 금지조항의 적용대상이 되는 것에 차이가 없고,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해외 업체가 해외 서버 등을 통해 제공하는 인터넷게임을 이용하는 것은 게임산업법 또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는 불법게임물의 유통 및 그 이용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현상을 가지고 강제적 셧다운제가 해외 업체에 비하여 국내 업체에 대한 차별적 결과를 야기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청구인들의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반대의견에서 정확하게 지적했던 것처럼 부가통신사업자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한 사업자 또는 허가받은 기간통신사업자 중 부가통신사업을 경영하려는 자가 아니면 강제적 셧다운제의 규율을 받지 않으므로, 국내 지사 설치 등으로 국내법상 통신사업자로 허가받거나 신고하지 않은 해외 사업자라면 인터넷게임 제공자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강제적 셧다운제의 규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한 개인정보를 통해 접속하지 않는 해외 게임업체 제공의 인터넷게임에 대하여는 사실상 규제가 곤란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강제적 셧다운제가 국내 인터넷게임업체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타당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심야시간에 인터넷 게임을 하는 청소년과 다른 활동을 하는 청소년 사이의 차별 문제인데, 해당 쟁점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게임을 하는 청소년과 다른 활동을 하는 청소년을 정당한 이유 없이 차별하였다.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오전 0시부터 6시 사이에 할 수 있는 활동은 매우 다양하다. TV시청, 영화감상, 음악 감상, 독서, 자율학습, 인터넷 강의 수강 등 모든 행위가 자유롭게 허용되고 있었다. 음주나 흡연과 같이 청소년들에게 시간과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행위를 제외하면, 청소년이 심야에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행위 중 법률에 의해서 제한되는 행위는 오직 인터넷게임 뿐이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수면권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면 청소년이 심야에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활동 중 게임만을 금지하는 것은 0시부터 6시 사이에 인터넷 게임을 하는 청소년과 다른 활동을 하는 청소년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었다.

4.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강제적 셧다운제가 도입될 당시에는 이에 반대하는 강력한 저항이 있었지만, 일단 법률이 시행되고 시간이 흐르자 규제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여기에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까지 더해지면서 강제적 셧다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김병관 의원은 2017. 11. 20.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지만, 해당 법안은 여성가족위원회에 상정도 되지 못한 채로 제20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되며 폐기됐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계정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명 “마인크래프트 사태”가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전자신문(2021. 8. 25.), 셧다운제 폐지 불 지핀 ‘마인크래프트’, 청소년 이용은 여전히 불투명, https://m.etnews.com/20210825000043))

마이크로소프트는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이후 한국만을 위한 별도의 시스템을 만드는 대신 청소년들의 Xbox Live 가입을 금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마인크래프트의 개발사인 모장을 인수했는데, 모장의 로그인 방식은 보안이 매우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모장이 개발한 계정 시스템을 사용하는 PC용 “자바 에디션”의 경우 청소년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보안 강화를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 Live 계정으로의 통합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자바 에디션을 사용하던 청소년도 성인 인증을 요구받게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계정 통합으로 청소년의 마인크래프트 이용이 금지된 것은 사실 강제적 셧다운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대신 청소년의 이용 자체를 금지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여성가족부도 2021. 7. 2. “마인크래프트 게임의 19세 미만 청소년 대상 이용이 금년 12월부터 제한된다는 사항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게임 운영 정책 변경에 따른 것입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한국의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서만 강제적 셧다운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으나, 전 세계에 동일하게 서비스되는 게임에서 오로지 한국 청소년만을 위해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더군다나 논란이 된 마인크래프트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많을 뿐만 아니라 교육적 성격이 강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는 2020. 5. 5.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마인크래프트 청와대 월드 맵을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었다.

청소년들이 건전하고 교육적인 게임의 대표주자이자 최고의 인기게임 중 하나인 마인크래프트마저 플레이할 수 없게 되자, 1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당연한 규제로 여겨지던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었다.

특히 2021. 4. 7. 실시된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20, 30대 유권자들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젊은 세대가 관심을 보이는 마인크래프트 사태에 주목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2021. 8. 25.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주재로 열린 제15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2021년 안에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선택적 셧다운제로 일원화하겠다는 내용의 “셧다운제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국회에서는 전용기, 허은아, 권인숙, 류호정 의원이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기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여성가족위원회는 2021. 9. 28. 4개의 법안을 병합하여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여성가족위원회 대안을 내놓았다.

결국 국회는 2021. 11. 11.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법률안을 통과시켰고, 이로써 강제적 셧다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5. 나가며

지금까지 강제적 셧다운제의 10년에 걸친 짧은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았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도입될 당시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청소년의 강력범죄나 패륜 범죄에는 언제나 게임의 악영향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따라다녔다. 물론 문제의 본질을 간과한 미디어의 선정적 보도도 문제였지만, 당시에는 한국 사회도 게임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된 지난 10년 동안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크게 개선되었다. 이와 같은 인식의 변화에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 한국의 게임산업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게임 유저의 저변 확대가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하면서 게임이라는 문화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1972. 2. 2. 서울 남산 어린이회관 앞 광장에서는 “불량 만화는 사회악의 근본이다.”라는 플랜카드 아래 불량만화 화형식이 열린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탄압으로 당시 한국만화의 명맥이 끊어졌다면 어떻게 웹툰을 소재로 한 “지옥” 같은 넷플릭스 시리즈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 수 있었겠는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강제적 셧다운제를 돌아본다면 우리는 50년 전 광장에서 만화책을 불태웠던 어리석음을 상기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사회적 편견이나 정부의 규제와는 무관하게 게임개발자들은 꾸준히 자신의 게임을 만들어왔고, 유저들은 게임을 즐겨왔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게임에 대한 부당한 규제를 도입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강제적 셧다운제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 참고문헌

조너선 갓셜. 스토리텔링 애니멀. 민음사. 2014.

로랜스 커트너, 셰릴 올슨. 게임의 귀환. 비즈앤비즈.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