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오전 0시에서 6시까지의 ‘심야시간’에 ‘인터넷 게임’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청소년보호법상의 인터넷 ‘게임 셧다운제’가 2022년 1월 1일부로 폐지되었다.

규제가 도입된 이후 폐지되기까지 사회적 인식 변화와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2011년 5월 19일 청소년보호법 개정(법률 제10659호)으로 ‘게임 셧다운제’가 도입되었던 당시 청소년의 수면부족 원인을 인터넷 게임에서 찾아 인터넷 게임 과몰입을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보았던 것과 달리 2022년의 인터넷 게임은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고 있다. ‘게임 셧다운제’가 존재한 11년의 시간 동안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보호자의 교육권 침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적용대상의 범위 밖의 모바일 게임 시장이 크게 성장하여 ‘게임 셧다운제’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2014년 헌법재판소의 7대 2 합헌 결정((헌법재판소 2014. 4. 24. 선고 2011헌마659,683(병합)))을 받기도 하였으나 2021년 전 세계적으로 여러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마인크래프트가 국내에서만 19세 미만의 이용자에게 이용 불가해진다는 소식이 퍼지자 이에 대한 강한 비판이 대두되었고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2021년 8월 25일 ‘셧다운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21년 11월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게임 셧다운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정부 관계 부처와 국회가 공식적으로 ‘게임 셧다운제’와 같은 제도가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및 문화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청소년 여가생활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로 한 이번 청소년보호법 개정은 그러한 면에서 유의미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 연령의 게임 이용자들의 과도한 기본권 제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관계 부처는 이번 청소년 보호법상의 ‘게임 셧다운제’폐지를 통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상의 ‘게임시간 선택제’로 청소년 게임시간 제한제도를 일원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2021.8.25.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 2021. 8. 25. 보도자료. (2021), 1.)) 결국 ‘게임 셧다운제’가 폐지되었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청소년 보호법상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되었지만, 그 뒤에 가려 힘을 쓰지 못했던 게임산업법상의 ‘선택적 셧다운제’가 무대 앞에 설 날이 온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선택적 셧다운제가 강제적 셧다운제의 폐단을 유사하게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폐지 논의가 필요하다.

2. 강제적 셧다운제의 문제가 잔존하는 선택적 셧다운제

게임산업법 제12조의3 제1항 제3호를 근거로 하고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 시 게임물 이용방법, 게임물 이용시간 등 제한’ 조치를 의미한다. 강제적 셧다운제와의 차이는 그 대상이 16세 미만이 아닌 18세 미만의 청소년이라는 점과, 심야시간대에 일률적인 인터넷 게임 금지가 아니라 청소년 본인과 보호자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이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되는 배경이 된 문제점들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가. 게임이 부정적인 활동이라는 인식 재생산으로 인한 법정대리인과 청소년 간 갈등 심화

관계 부처는 ‘게임물 이용방법, 이용시간 등에 대한 제한 조치를 법률로 의무화하고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는 게임이 부정적인 활동이라는 인식을 재생산하여, 게임이용을 두고 보호자와 자녀 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제적 셧다운제의 한계로 지적했다.((관계부처 합동. (2021). 셧다운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 3.)) 는 선택적 셧다운제에서 동일하게, 혹은 보다 더 크게 발현될 수 있는 문제점이다. 선택적 셧다운제 아래 법정대리인은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전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법정대리인과 청소년이 대화를 통해 적절한 게임이용 시간에 대한 합의에 이를 필요 없이, 법정대리인의 일방적 요청으로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 또는 박탈할 수 있는 것이다. 가정을 벗어나 학교, 학원, 독서실, pc방 등 그 어디에 있더라도 청소년은 국가가 장려하는 규제 아래 게임 이용권을 박탈당할 수 있고 이것은 게임이 부정적인 활동이라는 인식을 재생산하는데 일조한다.

나. 실효성의 문제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의 실익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수면권 보호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선택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과 중독 예방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게임산업법 제12조의3(게임과몰입ㆍ중독 예방조치 등) ① 게임물 관련사업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통하여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자에 한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는 게임물 이용자의 게임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내용을 포함하여 과도한 게임물 이용 방지 조치(이하 “예방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그림 1] 청소년 게임이용 분야, 청소년 서비스 이용 분야

선택적 셧다운제가 처음 시행된 2012년과 오늘날의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 현황은 매우 상이하다. 오늘날의 청소년의 인터넷 주 사용 목적은 더이상 게임이 아닐 뿐더러, 게임을 하는 경우에도 PC 인터넷게임이 아닌 모바일 게임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동통신 단말기를 이용한 게임물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시행령’) 제8조의3 제2호의 고시에 의해 선택적 셧다운제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관계 부처가 강제적 셧다운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발표한 통계를 보면, 청소년 게임이용 분야 1위는 선택적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모바일게임이다. 그리고 청소년 인터넷 서비스 이용 분야 1위는 대화하기, 2위는 사진, 동영상, 3위는 음성 및 영상통화에 해당하고 게임은 4위에 미치고 있다. 선택적 셧다운제를 통해 청소년의 온라인 컴퓨터게임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과 중독 예방에 얼마나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다.

다. 게임 시장 진입장벽과 마인크래프트 사태의 반복 가능성

작년 세계적으로 뉴스가 된 국내 ‘19세 미만 이용가 마인크래프트 이용 불가’ 사건이 있었다. 마인크래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제공하는 게임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을 가진 이용자들에게 컴퓨터, 콘솔, 모바일기기를 통해 자사의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거대한 자본력을 가진 소니, 닌텐도는 국내의 연령차별적 게임이용제한 규제를 따라야 할 기로에 놓이자 각각 엑스박스 라이브,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닌텐도 어카운트를 모두 18세 이상의 이용자에게만 제공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 시장의 청소년만을 위해 기술적 조치를 구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 하에 여러 연령차별적 규제의 대상이 아닌 성인에게만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여러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마인크래프트가 국내에서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 되었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로 인해 마인크래프트 사태가 해소되고 앞으로 게임시장에 이러한 진입장벽이 생성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적 셧다운제를 구현하기 위해서 온라인 컴퓨터 게임과 일부 콘솔 게임((선택적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는 게임물의 범위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의3이 정하고 있고, 해당 시행령은 다시 한 번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의 제공시간 제한 대상 게임물 범위’고시를 통해 이를 구체화 하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된 이상 해당 고시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콘솔기기는 유료로 제공되는 경우 셧다운제의 대상에 해당한다. 여기서 ‘유료로 제공되는 게임’이란 ‘게임이용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추가적인 비용이 요구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을 제공하는 게임사업자는 18세 미만의 게임이용자를 구별해 내어야 한다는 점에서 강제적 셧다운제하에서 16세 미만의 게임이용자를 구별해 내어야 했다는 것 외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3. 게임문화재단 원스톱 서비스 도입,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 위반

문화체육관광부는 선택적 셧다운제 운영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 산하 비영리법인인 게임문화재단이 일괄 신청대행 및 민원처리를 전담하고 웹페이지와 모바일 앱 서비스를 병행 지원할 예정임을 발표했다.((관계부처 합동. (2021). 셧다운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 6.))

이미 게임사들이 자사의 게임이용자들에게 게임시간 선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앞으로는 게임문화재단이 ‘원스톱 서비스’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림 2] 원스톱 서비스 준비 중

원스톱 서비스는 현재 준비 중으로, 이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는 추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 원스톱 서비스 도입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 사후적으로 이를 마련한다면 게임산업법 제12조의3 제1항 제7조 ‘그 밖에 게임물 이용자의 과도한 이용 방지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12조의3(게임과몰입ㆍ중독 예방조치 등) ① 게임물 관련사업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통하여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자에 한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는 게임물 이용자의 게임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내용을 포함하여 과도한 게임물 이용 방지 조치(이하 “예방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7. 그 밖에 게임물 이용자의 과도한 이용 방지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을 활용하여 대통령령으로 근거를 마련할지도 모르겠다. 법령에 근거 없이 선택적 셧다운제 운영 편의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비영리법인에게 게임을 이용하는 전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할 권한을 부여하기로 한다는 결정에 우려를 표한다.

원스톱 서비스 도입은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에 역행하는 조치이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 안전히 보관하고자 한 개인정보도 한번 수집된 이상 언제든지 유출의 가능성이 있다. 선택적 셧다운제와 같은 연령차별적 규제수단의 운영을 위해 게임이용자들은 본인인증 단계에서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이 강제되어 이때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한 번 노출되고,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이를 수집하여 보관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노출되는 것뿐만 아니라, 이제는 이를 모두 통합하여 관리하는 게임문화재단의 수집 및 보관 과정의 위험까지 감내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개인정보 수집 최소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법령에 근거가 있거나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등에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으나, 이때에도 꼭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행정자치부, 한국인터넷진흥원. (2016).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 관행 개선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 최소화 가이드라인, 7.)) 원스톱 서비스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지 의문이다.

4. 나가며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면서 선택적 셧다운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관계부처의 방침은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문제를 규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잔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의 게임 이용에 대한 제한이 법률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이 향유하는 다른 문화생활에 대한 독서 과몰입, 영화관람 과몰입 등의 법적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자는 없다.

법령을 통해 강제되는 규제의 부재 속에서도 청소년의 건강한 인터넷 활용을 위해 관련 사업자들의 자체적인 서비스가 꾸준히 제공되어 왔다. 이번 규제의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모바일게임의 경우에도 이미 구글과 애플은 청소년의 모바일게임 이용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게임물관리위원회, 한국게임산업협회,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2021). 게임이용 지도서, 26-35.))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소년의 게임이용에 대한 규제를 유지하면서 재생산되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끊이지 않는 실효성 논란, 개인정보침해의 우려와 같은 문제를 십년간의 논란 끝에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한 후에도 안고가기 보다는, 선택적 셧다운제도 함께 폐지하여 진정으로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및 문화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참고문헌

– 2021.8.25.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 2021. 8. 25. 보도자료. (2021).

– 관계부처 합동. (2021). 셧다운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

– 행정자치부, 한국인터넷진흥원. (2016).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 관행 개선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 최소화 가이드라인.

– 문화체육관광부, 게임물관리위원회, 한국게임산업협회,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2021). 게임이용 지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