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게임산업
작년 한해 전 세계는 전대미문의 팬더믹 상황을 맞이하였고 그 후유증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팬더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 많은 사업자체가 사라졌으며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속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더믹으로 인한 ‘비대면’ 상황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반사이익을 얻은 업종도 있었는데, 예상하다시피 게임산업은 대표적인 비대면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큰 성장을 이루었다.
2020년 상반기 게임산업의 성장은 데이터를 통하여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상반기 게임산업 매출은 8조1,1170억 원을 기록하여 전년 동기대비 11.9% 증가하였으며, 수출액은 36억 7,567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0% 증가하였다. 출판, 만화, 음악 등을 포함한 11종류의 전체 콘텐츠산업의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9% 감소하였고, 수출액이 4.8% 늘었던 것에 비교하자면 게임산업의 성과는 두드러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2020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 12~15.)) 국내 주요 게임사인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모두 상반기 매출 1조 원을 돌파((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2020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 96.))하며 좋은 성과를 보였다.
2. 콘텐츠 전문 분쟁해결기관으로서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
사실 필자는 매일 게임산업의 성장을 피부고 느끼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접수되어 처리되고 있는 사건의 대부분이 ‘게임분야의 사건’이기에 게임산업이 성장하며 게임을 이용하는 이용자수가 늘어남에 따라,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게임분야의 사건도 이에 비례하여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 설립 및 구성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이하 ‘콘분위’라 함)는 지속적인 콘텐츠산업의 발전에 더불어 증가하는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콘텐츠 분야 전담조정기구로 「콘텐츠산업 진흥법」 제29조에 근거하여 2011년 4월 15일 설립되었다. 콘분위는 법조계, 학계, 산업계 및 이용자보호단체 등의 추천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촉한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의 임기는 3년이다. 2011년 제1기 조정위원회가 출범한 이후로, 2014년 제2기, 2017년 제3기를 거쳐 2020년 제4기 위원회가 출범하여 활동하고 있다.
콘분위의 조정대상은 「콘텐츠산업진흥법」 제29조에 따라 ‘콘텐츠 사업자 간, 콘텐츠 사업자와 이용자 간, 콘텐츠 이용자 간의 콘텐츠 거래 또는 이용에 관한 분쟁’인데((콘텐츠산업진흥법은 ‘콘텐츠’의 정의를 ‘부호·문자·도형·색채·음성·음향·이미지 및 영상 등(이들의 복합체를 포함한다)의 자료 또는 정보’라 정하고 있다. (콘텐츠산업진흥법 제조 제1항 제1호))), 저작권과 관련한 분쟁, 방송통신과 관련한 분쟁 중 방송사업자 등 사이에서 발생한 방송에 관한 분쟁, 전기통신사업과 관련한 분쟁은 콘분위의 조정대상에서 제외되고 각각 한국저작권위원회, 방송분쟁조정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정 절차에 의하여 해결된다.((콘텐츠산업진흥법 제29조 제1항 단서 저작권과 관련한 분쟁은 「저작권법」에 따르며, 방송통신과 관련된 분쟁 중 「방송법」 제35조의3에 따른 분쟁조정의 대상(같은 법 제2조제27호에 따른 외주제작사가 분쟁의 당사자인 경우는 제외한다)이 되거나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에 따른 재정의 대상이 되는 분쟁은 각각 해당 법률의 규정에 따른다.
))
나. 운영현황
콘분위는 2011년 설립된 해 626건이 접수된 이후로 매년 약 3000건~5000건의 사건을 처리해왔으며, 2019년 이후로는 접수되는 사건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19년 6,638건, 2020년 17,202년이 접수되었다. 특히 2019년, 2020년 연간 접수사건이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11년 설립 이후로 10년 만에 27배가 되었다. 특히 2020년 한 해 동안 사건 접수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는데, 이는 코로나19 및 비대면 소비 트렌드로 인하여 게임시장이 대규모의 성장을 이루어낸 영향으로 짐작된다. 사건 접수 추이를 통해 코로나19와 비대면 소비 트렌드의 영향으로 게임산업의 양적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2021년 1분기 현재에도 여전히 접수 사건의 증가추세이며, 작년 동기와 비교하여볼 때 2021년 콘분위에 접수되는 사건도 작년의 수준과 유사하거나 작년 수치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콘분위는 게임, 음악, 영화 등 12종류의 콘텐츠 장르로 구분하여 조정사건을 처리하고 있는데, 이는 다시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게임, 영상, 지식정보, 만화·캐릭터 등의 4개로 구분된다. 콘분위 접수 사건 중 게임분야의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차이가 있으나 10년 간 처리한 사건 54,508건 중 게임분야의 사건은 45,545건으로 83.6%이며, 가장 적게는 2019년 72.1%, 가장 많게는 2020년 92.7%로 드러나고 있어, 게임 분야의 사건이 전체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3. 유효 조정사건 비중 확대 필요성
콘분위는 사건이 접수되면 분쟁의 성질상 콘분위에서 조정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거나 부적한 목적으로 조정신청을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며(‘조정 거부’), 당사자가 신청을 취하한 경우(‘조정 취하’)와 타 기관의 업무범위여서 타 기관으로 이첩하는 경우(‘유관기관 이첩’), 당사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등 조정절차의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조정 불능’)에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2020년 콘분위에 접수된 17,202건의 사건 중 ‘조정취하’가 3,301건, ‘조정거부’가 2,276건, ‘유관기관 이첩’이 85건, ‘조정불능’이 5,622건으로, 전체 신청 건수에서 ‘조정취하, 조정거부, 유관기관 이첩, 조정불능’의 총 합인 11,284건을 제외하면 5,918건만이 콘분위에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유효 건수인 것이며, 이는 전체 신청건수의 34.4%에 해당한다.
유효 조정건수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들은 주로 신청인들이 콘텐츠분쟁 및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을 오해한 것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자에 대한 처벌 등을 원하는 민원, 단순 사실 확인 또는 법률적 해석을 구하는 민원, 사업자에 대한 불만 제기 민원 등 콘텐츠 분야의 민사상 분쟁으로 보기 어려운 사건들이다.
이와 같이 유효 조정사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이 2020년 11,284건(전체 접수 건수 대비 65.6%)이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콘분위 연평균 조정접수건수가 4,585건임을 비교하여 볼 때, 이로 인한 불필요한 행정자원 낭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4. 민간 자율 분쟁조정기관과의 업무 재조정 필요성
작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 19 이후 시대와 4차 산업혁명을 대응하기 위하여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고 게임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인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 일환으로 점차 증가하는 게임분야의 분쟁을 해결하고 게임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게임 분야의 자율 분쟁조정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자율 분쟁조정제도는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조정절차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으로, 조정절차에서 당사자 간 합의에 이른 경우 민법상 화해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자율 분쟁조정제도로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소비자 자율분쟁조정제도(소비자기본법 제31조)와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하는 자율분쟁조정제도(자본시장법 제286조 제1항 제1호, 제288조 제1항)가 있다.
분쟁조정의 주체가 행정기관이 아닌 민간사업자들이 운영의 주체가 되어 진행된다는 점, 행정형 분쟁조정기관에서의 분쟁조정절차가 대부분 법률에 의하여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받고 있는 것과 달리 민사상 화해의 효력만을 가진다는 점이 행정형 분쟁조정제도와 구별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즉, 자율 분쟁조정에서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별도로 소를 제기하거나, 행정형 조정기관에서의 조정절차를 재차 밟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 분쟁조정절차는 민간 주도의 조정절차라는 점에서 게임 이용자의 권리구제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절차이기에 조정기관과 사업자는 더욱 긴밀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며, 실효성 있는 분쟁해결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행정형 분쟁조정기관의 분쟁조정절차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했던 사업자들도 업계의 요구와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민간의 자율 분쟁조정절차에는 참여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모든 게임 분쟁사건을 행정형 조정기관인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가 수행하는 것에는 비효율이 크다. 향후 게임 자율 분쟁조정기관이 설립되어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가 수행하고 있는 게임분쟁조정의 기능 중 일부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면, 민간 조정기관과 행정형 조정기관 간 효율적인 업무 재조정이 이루어 질 것이다.
5. 정부주도의 행정행 ADR에서 자율적 ADR로의 변화
콘분위는 2011년 설립된 이후로 지난 10년 간 외연을 확대해오며 콘텐츠 분쟁해결기관으로의 위상을 쌓아왔다. 콘분위는 소송절차를 통한 권리구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임 분야의 소액 다량의 분쟁을 해결하며, 이용자의 보호 및 권리구제에 일정 역할을 해왔다.
다만 콘분위가 명실 공히 콘텐츠 분야의 전문 분쟁해결기관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을 넘어선 질적 성장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민간과 콘분위 간에 업무 재분배를 통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다.
□ 참고문헌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콘텐츠산업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 (2015).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운영의 사회경제적 편익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