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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연구의 배경

규제의 목적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누려야 할 더 크고 궁극적인 자유”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후견주의적이고 가부장제적이었던 근대 이전의 국가 역할과 달리 구성원의 자유와 자율을 보장하면서도 생존과 행복을 보장해야 하는 현대의 국가는 직접적인 국가의 임무 수행 대신 규제라는 수단을 사용하게 된다. 빠른 기술 개발로 향후의 발전 방향과 속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ICT 분야 역시, 민간의 창의와 기술 발달에 크게 의존하는 분야지만, 기술․산업과 사회의 양 측면에서 법제도를 통한 간섭을 받게 된다. 간섭의 한 측면은 혁신적 기술과 서비스에게 사업 구현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진흥 정책에 해당하지만, 다른 한 측면은 오작동 등에 따른 위험부담, 일자리 대체로 인한 실업, 양극화 등의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신기술의 불확실성 및 예측 불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에 기반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후자가 바로 규제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규제에 있어 중요한 것은 “비례”, 즉, “목적 실현을 위한 수단과 당해 목적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규제를 설계하고 실행할 때에는 규제의 방식이 규제의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그 수단이 과도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규제의 수단이 과도할 경우 규제의 대상 자체를 위축시킴으로써, 위에서 언급했던 “구성원들의 자유” 자체를 말살할 위험성이 있다. 특히 기술집약적 성격을 갖는 분야의 규제는 기술의 사회적 수용 여부에 발맞춘 사회적 합의와 더불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고려해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게임의 이용자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행하는 규제는 그 자체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불가피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그러한 규제가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대상 자체를 전도하지 않도록 방법과 수준을 적절히 결정하는 것이다. 기술 콘텐츠이자 문화 콘텐츠로서 기술집약적이면서도 서비스 제공자의 창의성이 결정적인 요소가 되는 게임 분야의 특성상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기술 발달과 창의성 자체를 해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 아래에서 최근 발의된 게임콘텐츠산업에 관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는 입법안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해당 입법안이 담고 있는 게임에 대한 규제가 적절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비례”의 원칙에 비추어 적절한 정도와 수단을 예정하고 있는지, 세부적으로는 해당 규제가 목적달성을 위해 적합한 수단인지와 그 수단이 수범자의 기본권과 권익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자 한다.

연구의 대상이 되는 법안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2020년 9월 16일 한준호 의원 등 27인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 2103961)으로 “모바일콘텐츠를 등록·판매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를 앱 마켓사업자에게 제공하는 경우 다른 앱 마켓사업자에게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게임콘텐츠제공사업자는 대표적인 모바일콘텐츠 등록․판매업자이기 때문에, 게임콘텐츠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에 해당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2021년 3월 24일 하태경 의원 등 19인이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 2109093)이다. 이 법안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물이용자권익보호위원회를 두고, 게임제작업자 및 게임배급업자는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게임물이용자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각각의 법안별로 해당 법안이 포함하고 있는 규제 내용들에 대한 이론적 검토를 수행한 이후, 국내외의 유사 사례에 대해 검토한다. 즉, 게임 영역 외 다른 영역에서 유사한 규제 수단을 채택한 바가 있는지 살펴보고, 유사 내용이 있을 경우 게임 영역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분석해 보기로 한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해당 규제안이 적정한 것인지, 특히,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하의 제2장은 게임콘텐츠의 앱 마켓사업자 제공에 관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제3장은 이용자위원회 설치 의무를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이라 한다)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