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OVID-19, 그리고 우리
COVID-19로 가정에서 아이들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많은부모님들이 영어 수업을 직접 재미있게 만들어 함께 하기도 하고 색종이 접기도 하고 만들기를 하기도 하고 과학놀이를 하기도 하며 많은 노력을 하시는 모습들을 봤다.
운동도 같이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며…. 학교에서 할 것들이 가정으로 많이 분담되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싶었다.
가정으로 나누어진 역할들이 무겁지만은 않도록 다양한 방향성이 제안되고 마을이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언젠가부터 귀에 익숙히 들리던 슬로건에서 나아가 이젠 가족 구성원 모두와 더불어 지역사회도 그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그와 더불어 다양한 매체의 긍정적 활용도 그 중요성이 더해지는 것 같기도 한순간들이 많다.
나와 아이도 그러한 시기에 부응하고자 발맞추어 가면서도
‘ 아이와 나 모두에게 유익하면서 즐겁고 기쁠 수 있는 게 뭘까’라는 고민과 생각이 자주 드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도 그러하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미디어와 친해질 것이고 4차 산업혁명 변화의 중심에 설 아이들에게 그 시기를 막아서거나 금지하는 것이 아닌 함께 받아들이고 자율적으로 스스로의 감정과 시간 등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질문해주고 격려해주면서 책임지는 방법을 알게 해주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들 한다.
그러한 시간을 ‘아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게임을 비롯해 앞으로 익숙해져 갈 여러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가져보는 것도 다른 많은 부모님들의 현명한 방법들과 더불어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 섞인 질문을 해 본다.
2.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대한 기대
요즘 아이는 zoom((클라우드 기반의 화상회의 플랫폼))의 즐거움에 빠져 어른들이 회의를 하거나 강의를 듣는 그 도구로 아이는 친구들과 대화도 하고 책 읽고 활동해주시는 선생님과 더불어 활동을 같이하는 그룹의 아이들도 익숙하게 만난다.
아직 아이의 학교는 인사 정도로 zoom을 사용하지만 다른 곳들은 수업도 한다고 하니 그게 뭔지도 몰랐던 생소했던 프로그램이 일상에 들어와 습관처럼 돼 가는 것 같아 빠른 변화에 설렘도 두려움도 같이 다가오는 것 같다.
아이와 같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가면서 게임은 좋다 나쁘다 등의 소규모로 내리던 정의는 사라지고 함께 무언가를 겪고 선별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미래를 힘 모아 맞이하는 동맹 관계로 끈끈해지는 것 같아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큰가 싶다.
COVID-19로 게임이나 여러 매체를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같이하는 시간이 늘면서 아이와 같은 관심사를 나누고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것을 통해 아이 마음의 회복 탄력성이나 나의 그것, 그리고 강요하거나 금지로는 안 되는 책임지고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는 것 등의 긍정적 방향성도 알아가게 되었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비대면 방법 등을 더 활용하는 다양한 방향성을 나눌 수 있는 점 또한 감사하고 있다. (게임을 하면서 아이도 나도 컴퓨터나 태블릿 등을 활용하는 능력이 향상되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COVID-19로 불편함을 말하기보다 화상이나 게임 속 소통을 통해 자유롭게 다양한 분야의 선생님, 다양한 곳에 있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또 다른 즐거움으로 시간을 멋지게 보내는 아이를 보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긍정으로 많은 부분 채워지는 걸 보게 된다.
아이 마음에 나와 함께한 즐거운 시간이 깊이 박혀서 앞으로 펼쳐질 어려움에도 그 기억에 기대어 툭툭 털고 일어설 힘이 생긴다는 기대를 안은 부푼 꿈을 꾸어도 본다.
또한, 앞으로도 그런 기대 안에 아이와 웃으며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속에 들어가 함께 손잡고 즐거운 시간을 매일 보내게 될 것 같아 마음이 벅차기도 한 오늘이다.
3. 아이의 관심사 공유하기
우리 집 막내이자 늦둥이 초1 아들에게 같이 즐거운 걸 공유하고픈 마음에 나는 여러 가지 답을 기대하며, “니가 원하는 놀이나 게임이 있어? 엄마랑 아빠도 같이할 수 있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엄마 아빠랑 같이하는 게임은 나쁜 게임이 많아” “혼자 하는 게임이 좋은 게 더 많아”…. 난 아이의 전혀 다른 답에 궁금증이 폭발했다. “나쁜 게임은 뭔데?”, “ 좋은 게임은 뭐야?” 궁금증인지 우려인지 모르는 질문들에 아이는 오히려 차분히 대답한다. “좋은 게임은 악당을 물리치는 거야.” 나쁜 게임이 뭔지 묻기를 주저하는 내게 아이가 말한다. “나쁜 게임은 형들이나 어른들이 하는 거고 막 동물도 사람도 죽이고 좀비가 나타나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혼내고 때리는 거야, 알겠어?” “그럼, 니가 좋아하는 게임, 하고 싶은 게임은 뭐야?” 역시 1초의 고민도 생각도 없이 아이는 답한다. “다. 재밌는 게임 다야.” 아이의 답 뒤로 그 게임은 나쁜 거니? 좋은 거니? 묻고 싶었지만, 그저 게임하는 모습을 보며 지금은 아니구나…. 안도하며 “그랬구나, 재밌는 게임이 좋구나. ” 라고 같이 멋쩍게 웃었다.
이런 질문과 대답 속에 아이가 세상을 더 확실히 아는 건가 싶은 신기함과 더불어 무언가 모르는 묵직한 숙제가 생긴 기분 속에 그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움직여지는 게임 안 스토리를 묵묵히 참관(?)했던 그 날의 시간이 유독 잊혀지질 않는다.
아이의 전혀 기대치 못한 대답에 같이 뭘 할지 이야기 나누려던 시도들은 “그럼 재미있는 것 중에서 어느 걸 같이 하면 좋을까?”라고 묻는걸로 묻혔던 것 같다.
4. 관심사에 대한 소통
이후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그때 상황의 시작과 우리가 나눈 생각들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아이에게 “우리 같이 게임할까?”라며 가져간 나와 아이 아빠의 손엔 부루마블과 방 탈출 보드게임 등이 있었다.
아이가 생각하는 게임은 온라인의 그토록 많은 게임들이었던 것임을 몰랐던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멋쩍던지. ‘우리가 원하던 건 아무래도 온라인은 아니었나 보다’, ‘아이 눈높이로 봤어야지’ 등 반성과 계획과 약속이 나열되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 있어 하는 건 무엇인지, 무엇을 함께하는 것이 이 어려운 COVID-19시기에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하는 아이에게 그리고 그를 함께하는 가족에게 같은 양의 즐거움과 보람을 줄 수 있을까?
뭐가 필요했던 걸까?
“엄마, 이건 이걸 누르고 이걸로 가야 해. 이걸 먹으면 이렇게 되고….” 어찌나 게임 설명을 잘 해주는지 듣다 보면 재미도 있고 하고도 싶고, 그렇게 같이하다 보니 아이도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어느샌가 그 표정과 목소리에 웃고 있는 나를 본다. ‘왜 하지 말라고 했을까? 나쁜 게임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두려웠나?’ 난 이러한 질문을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다.
시간만 잘 정해서 하고 자기조절만 가능하다면 이만큼 아이를 신나게 하는 이 요즘 놀이쯤이야 얼마든 괜찮다 싶었나 보다. “그렇게 신나?” 나도 모르게 긴장도 했다가 성취감도 느꼈다가 하며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레벨 하나가 마무리 지어지고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다니….’ 흠칫 놀라며 아이에게 물었다. “어. 신나.” “그래? 엄마랑 하니까 어때?” “어, 더 신나(엄마를 슬쩍 본다.)?” “엄마도 신나. 니가 신나서 더 신나네. 엄마도 같이 해보니 같이 하는 게임인데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좋기도 해. 중간에 엄마 캐릭터가 위험할 땐 심장이 두근거리긴 하는 데 성공하니까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지고 그러더라. 넌 어땠어?.” “응, 엄마도 그래? 나도 그랬어(깔깔거리는 아이). 저녁에 아빠가 ㅇㅇㅇ게임 레벨 3까지 같이 가자고 했어. 그것도 좋은 게임이야. 그래서 나 책 다 읽고 일기 쓰고 준비하고 있어야 해(아빠와의 약속). 신나겠지?” ‘같이해서 좋다는 걸까?’, ‘게임을 하는 게 좋다는 걸까?’ 생각은 갈래지어지지만 그래도 무언가 아이가 즐거워하는 걸 같이 하고 공유하니 안심도 되는 것 같고 우리 둘 사이에 끈끈한 무언가가 생겨 우리를 더 가깝게 하는 것도 같았다.
아이 스스로 “이제 그만하고 내일 같이 할 시간을 정하자”고 하는 모습에 대해 무엇이 어찌 된 건지 싶기도 했다. 뭐가 필요했던 걸까….
5. 함께 한다는 것
주말엔 플레이스테이션같이 운동이나 여럿이 함께도 가능한 게임으로 가족이 흥미진진한 시간도 보내곤 하지만 아무래도 손에 잡히기 쉬운 핸드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서 게임을 하거나 게임을 직접 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설명하는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자주 보는 것 같다.
자동차경주 게임 같은 경우엔 집중해서 빠르게 손도 움직이고 “아빠, 지금 00이지? 나 00에 있는데 00을 가져가야 점수가 높아 등” 필요한 말도 하고 하느라 게임 속 채팅창 대화 같은 건 없지만 어느 게임은 대화를 하기도 하고 게임 하는 모습을 설명이나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는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속에서 듣기 불편한 단어들이 게임을 하면서 생기는 우려보다 더 걱정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되었고, 지난번 “같이하는 게임은 나쁜 거다.”라는 말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이젠 직접 사진을 찍어 장면을 설명하듯 내 생각은 빼고 상황 그대로 물어보기로 했다.
사실 게임이 재미있어서 좋지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때리고 죽이는 건 나쁘다는 아이 말에 동감하고 그에 더해서 우린 그 안에서(게임과 게임 관련 영상들) 사용되는 언어들이 나쁨을 더 강조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더더욱 사실 그대로의 질문을 하고자 했다.
아이는 “그 말은 직접 뭘 살 때랑 00할 때 쓴다, 다른 아이들도 하지만 난 안 해서 잘 안 쓴다, 게임 영상 누구 형은 좋은 형인데 그 형은 안 쓴다. 나도 안 좋은 줄 안다, 하지만 알고는 있어야 한다.” 등 긴말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고 게임들과 게임 설명 영상 등에서 나오는 많은 단어와 용어들에 대해 구분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살짝 보였다.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 말이 그다지 안 좋게 들리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하고 자주 들으니 왠지 불편함도 느껴져 안 쓴다고도 한다. 그 말을 듣고 있는 아이의 표정을 보니 알쏭달쏭했다. “넌 그런 말을 들으면 느낌이 어때?” “응 들으면 안 좋기도 해. 그래서 난 잘 안 써, 그런 말.” 아이는 나에게 그다음 질문을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그럼 넌 어떻게 하면 좋겠니?”라는 질문은 그저 마음에 머문다. 아이와 무언가 같은 걸 공유하고 함께 한다는 것, 아이도 나도 알아가고 이해하면서 성장하는 밑거름 같다 여겨졌다.
6. 스스로 회복하는 아이, 그리고 어른
우리는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라, 힘든 걸 좋아하는 일에 풀고 나면 나아질 거라고 한다.
아이에게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라고 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나누면서 게임이라는 즐거움을 주는 도구를 통해 아이와 같은 공간과 시간, 재미를 공유하면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선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같다.
그러는 과정에서 생각해보면 세상엔 아이 말대로 나쁜 것과 좋은 것이 정말 많다.
아이들이 말하고 생각하는 어른의(청소년) 게임들도 보면 정말 놀랍도록 정교하고 훌륭하다.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되고 현실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고 더 자극적이며 잔인하여 나쁘다는 말이 덧붙여지는 것 같다. 그런 게임에서 자기조절능력이 성장하는 시기의 청소년들은 더더욱 현실로 돌아오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채팅 상의 익숙한 대화들이 모두 욕이고 싸움 같은데 현실에서도 자연스레 사용하게 된다는 점이 어른(청소년)들이 하는 게임의 어두운 면모 같아서 “나쁘다”라는 말로 우려를 표하게 된다. 그러한 걱정들에 대해 아이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무엇이다. 라는 표현을 한다. 그것이 우리의 함께한 시간에 대한 수확 같아서 그런 걱정할 시간에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속에 나도 한 역할을 하면서 아이와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웃고, 걱정되는 건 묻고 답하며 아이도 나도 스스로 어려움에서 회복하는 마음의 힘을 키워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