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학부모의 입장에서 ‘청소년으로 게임하기’라는 주제는 고민이 많아지는 화두이다. 청소년기는 급격한 신체 변화가 일어나고 자아 주체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으로 부모들은 이 과정을 지지해주고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부모들은 청소년이 신체적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를 잘 돌볼 수 있게 돕고, 권리와 의무를 단계별로 가르치고, 청소년의 부모로부터의 심리적 독립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청소년이 게임하기’에서 부모의 역할은 교과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우선, 시험 기간에 게임을 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마음속에서 화가 치솟는다. 자녀의 입장에서도 ‘잠깐 게임도 못 하게 한다.’는 원망의 마음이 일어난다. 자세히 살펴보면 게임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자녀의 성적과 현실 도피의 문제일 수 있는데, 모두 그것을 인지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자녀를 사랑하고 잘 돌보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 늘어난 학업량과 기대치, 그리고 내·외면의 정서적인 갈등이 버거운 청소년의 마음을 서로가 직면하여 잘 돌보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사회면을 장식하는 ‘중독, 자살, 도박’이라는 용어가 청소년 게임하기와 더해지면 학부모의 입장은 ‘게임은 완전하게 나쁜 것’이 된다.


2. 청소년 보호와 청소년의 게임 이용


게임물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더라도 청소년이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에게 어떤 유해함이 발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부모는 게임물 이용과정을 관리 감독·훈육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도 ‘게임하기’와 관련한 다양한 법 제도를 마련했다. 대표적인 것이 셧다운제, 게임물 사전등급심의제도가 있으며, 청소년 보호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실명제나 대리게임형사처벌제도 등도 일부 기능을 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 개입은 청소년에게 직접 작용한다기보다는 사업자 및 게임물제공업자에게 적용된다. 이는 술, 담배를 이용하는 청소년을 벌하기보다는 판매자를 처벌하는 것과 같은 청소년 보호 관점의 국가 개입방식이다.

셧다운제는 2011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된 청소년보호법상의 제도로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서 밤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접속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청소년 직업의 선택 측면에서 국제대회에서 프로게이머의 심야시간 대회용 계정은 예외로 하고 있는 등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도 이루어졌다. 이후 선택적 셧다운제도도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 마련하였다. 청소년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요청하는 경우 게임물의 이용방법이나 이용시간 등을 제한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물이 출시되기 전에 사전에 심의해서 연령별로 다양한 측면에서 등급심의를 하여 청소년이 이용 가능한 범위를 정하는 제도도 있다. 나이 제한은 전체이용가, 12세이상이용가, 15세이상이용가, 청소년이용불가로 나뉘며, PC/온라인/모바일/비디오 게임물을 대상으로 등급 구분을 하고 있다. 오락실의 아케이드게임물은 전체이용가와 청소년이용불가로만 나뉜다. 선정성, 폭력성, 언어의 부적절성, 약물 및 범죄, 사행성의 5가지로 구분하여 종합적으로 등급이 분류된다.

그러나 보호자의 입장에서 보면 청소년들이 새벽도 게임을 하고, 달팽이 사다리 게임으로 도박을 하고, 성인물같이 선정적인 장면도 보고, 확률형 아이템으로 용돈도 다 쓰고, 부모 돈도 가져다가 쓰던데, ‘도대체, 어째서, 만들어져 있다는 청소년보호 제도는 작동하지 않는지’ 궁금해진다.

우선, 답을 하자면, 위와 같은 경우는 청소년이 합법적인 게임의 세상에서 청소년명의로, 청소년이 이용 가능한 범위의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년이용가능 게임물을 청소년명의로 이용하고 있으면, 특별히 요청하지 않는 이상, 자정에서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이용이 제한된다. 다시 말해서, 온라인상에서 청소년이면 당연하게 보호를 받지만, 온라인상에서 성인이면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 제도들은 무용지물이 된다.

3. 청소년 명의로 온라인 게임물 이용하기

요즘은 사물인터넷시대(IoT)라서 냉장고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지만, 청소년들이 주로 온라인게임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계는 컴퓨터(PC)와 스마트폰 등이다. 접속해 들어간 온라인 세상에서 자신의 정체를 나타내는 것은 계정(아이디, ID)이며, 이 계정이 청소년인가, 성인인가가 청소년보호제도의 적용대상 여부의 판단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자녀명의로 게임을 해야 관련된 제도를 통해서 자녀가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며, 이용과정에서 자녀가 자신의 계정을 사용하도록 살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게임 계정을 만들 때 실명확인과정에서 미성년자 여부를 파악해주기 때문에 18세이하 이용불가 게임물은 ‘게임회사에서 알아서 우리 아이를 받지 않겠지’라고 생각하고 대부분 부모들은 안심한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의 경우, 모바일 스토어에서 게임 앱을 다운받을 때는 휴대폰 계정이 이용된다. 모바일스토어에서는 게임 앱별로 각각의 게임회사에서 연령을 고지받아서 다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연령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나 구글 등의 모바일 스토어에 연결된 계정을 통해서 인증한다. 이미 설정된 휴대폰의 계정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녀가 부모의 계정이 설정되어 있는 휴대폰을 사용한다면, 모바일 스토어에서 인식하는 휴대폰 이용자는 자녀가 아니라 부모이다.

부모명의의 휴대폰을 개설해주고, 모바일 스토어에서의 계정도 부모의 것이라면, 휴대폰 속 모바일 세상에서의 정체성은 자녀가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보호관련 제도는 적용될 수 없다. 그래서 자녀의 휴대폰의 명의를 자녀의 것으로, 계정도 자녀의 것으로 등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계정뿐만 아니라 만14세미만의 경우, 여러 사이트 가입과정에서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녀가 스스로 보호자에게 밝히고 가입 절차를 따를 수 있도록 부모는 도와줘야 한다. 번거롭다고 만14세미만이면서 만14세이상에 체크를 하거나 보호자의 계정으로 가입하게 된다면, 자녀는 온라인 세상에서 연령에 맞게 구비된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한편 이번 COVID-19로 인해서 온라인 학습을 위한 여러 가지 도구들이 필요하게 되었고, 급작스러운 온라인 학습으로 인해 연령별 지원 및 연계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 그래서 키즈 유튜브만으로는 온라인 학습이 불가능하여 어쩔 수 없이 부모의 계정을 연결해 주거나 연령을 상향하여 온라인 세상의 허구의 자녀를 만들어 주는 등, 불가피한 경우가 발생했다. 각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가지고 있는 휴대폰 속의 각종 권한자가 부모로 설정되어 있는지를 잘 확인하고 관리 감독 및 훈육해야 한다. 이런 측면은 휴대폰으로 결제를 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4. 청소년이 게임하며 결제하기

만14세미만자이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는 등, 청소년이 본인 명의로 게임이용과정에서 이용료 및 아이템을 구매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청소년기의 금융 활동도 법적으로 여러 가지 보호를 받고 있는데, 이 부분도 만14세, 만19세 미만을 기준으로 조금 다르다. 만 14세의 금융 활동은 개인정보보호로 인해서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호자들이 일일이 매번 동의해주기는 번거롭기 때문에, 동의 기간을 설정해서 한꺼번에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두기도 한다. 만14세미만자의 경우 법정대리인이 동의하더라도 금액은 월5만원으로 제한된다. 만12세의 경우, 체크카드가 발급되기는 하지만, 이것은 사용처가 교통카드로 한정되어있는 등 청소년의 금융 활동은 제도적으로 막혀있다. 그래서 만14세미만의 자녀가 본인 명의의 계정을 가지고 게임을 한다면 결제 관련해서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고, 동의하더라도 월5만원으로 PC온라인게임 청소년 결제 한도는 월7만원 제한된다.

만14세이상이라 하더라도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결제에 대해서는 취소할 수 있는데, 결제가 진행된 휴대폰 또는 신용카드 등 결제수단의 명의가 중요하다. 백화점에 아이가 와서 돈을 내고 물건을 샀다면, 상식적으로 부모가 다시 와서 물건을 돌려주며 거래를 취소할 수 있다. 그런데, 부모가 와서 돈을 내고 물건은 물건을 가져간 경우라면 아이가 구매한 경우와 같이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온라인 게임세상에서도, 자녀명의의 게임 계정으로 자녀명의의 결제가 이루어진다면 위 백화점 거래와 같이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성인이 물건을 사서 사용하고 떼를 쓴다면, 물건을 만든 회사가 아니라 구매한 백화점에서 한 번 정도는 원칙에 어긋나지만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 환급이나 교환해주기도 하듯이, 구글에서 정책적으로 계정 삭제를 조건으로 환불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원칙이 아니므로, 부모는 자녀에게 원칙이 무엇인지 현실적으로 예외가 왜 존재하는지 알려주어야 한다.

청소년도 금융회사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본인의 용돈의 범위 내에서 결제할 수 있다. 그리고 자동결제 같은 경우에는 추심권한 위임의 측면에서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모가 알 수 있다.

문제는 자녀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본인이 처리하는 경우이다. 부모의 동의를 자녀가 임의로 처리하는 경우는 법 제도적으로 청소년보호를 받기 힘들다. 또한, 자녀는 경우에 따라서 형사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임의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거나, 주민등록증을 복사해서 사용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는 게임 계정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로 성인이용게임물에 가입하여 게임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5. 나가며

청소년으로 게임하기가 청소년명의로 이루어진다면 여러 가지 청소년보호장치의 작용과 가정의 관심을 통해서라도 서두에서 제기한 문제가 각종 미디어의 사회면을 오르내리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부모의 휴대폰 본인 인증을 통해서 손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녀에게 부모의 명의도용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교육을 해야 한다. 부모의 지문과 얼굴 인식, 인증문자를 이용한 본인 인증이나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부모의 허락 없이 직접 사용하는 행위가 불법적이라는 것은 어릴 때부터 교육되어야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명의를 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부모명의의 휴대폰 계정을 허용하는 것이 자녀가 부모의 권한을 가지고 온라인 세상살이를 하도록 허락한 결과에 대한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라도 자녀들에게 신용카드 등의 여러 결제를 대리하게 하는 것이 자녀들에게 명의도용이나 대리결제가 무감각한 일상이 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측면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 COVID-19로 인한 온라인 학습이 부모명의 계정으로 앱 다운이나 결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부모명의 대여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우리, 부모들에게 있다. 자녀들이 온라인 세상에서 부모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도록, 자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