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PC게임, 콘솔 게임, 그리고 모바일 게임 등, 게임의 플랫폼은 다양하다. 이 가운데 모바일 플랫폼은 규모나 내용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영향력이 있다. 이미 2018년에 모바일 게임 플랫폼은 약 639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2019년 대한민국 게임백서.)) 그 다음인 콘솔 게임 플랫폼이 490억 달러인 점을 고려할 때 게임에 있어, 애플의 앱 스토어(App Store), 구글의 구글 플레이(Google Play)와 같은 모바일 플랫폼은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고 봐야 한다.

게임 장르는 모바일 플랫폼의 앱 생태계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의 경우만 보아도 게임 장르가 전체 앱 판매 수익의 90%를 차지한다.((Hindy, J. (2017). 2016 Recap: 90% of Google Play’s Revenue Came from Games. Android Authority.)) 모바일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금, 가장 중요한 게임 플랫폼은 모바일이며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는 게임의 판매에 있어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게임 관련 규제가 여러 개 시행되고 있고 사회적 우려와 논의도 활발한 한국의 실정을 생각하면 모바일 게임 플랫폼의 책임과 역할이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게임 개발은 개발사의 몫이지만 이를 배포하고 결제를 통해 수익을 획득하는 일은 모바일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특히 배포될 앱에 관한 심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앱에 관련된 각종 정보를 게임 사용자가 참고할 수 있는 채널 역시 모바일 플랫폼이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플랫폼 비즈니스 수행자와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논의한 게임의 자율규제를 나란히 놓고 볼 필요가 있다. 유료 게임의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함께 수익을 나눠 가지는 구조이므로 게임의 사행성 논란이나 청소년의 과도한 결제로 인한 문제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도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규제 문제를 논의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이나 이들이 자율규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최성락(2019)은 자율규제의 무용론까지 제기하며 확률형 아이템의 규제에 있어 보다 더 강력한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율규제를 유지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는 게임사와 정부, 양자에 집중되어 있음을 남기연 &박예진(2018)이나 배관표&정준화(2019)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게임의 유통과 수익 확보에 실질적 문지기 역할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에 관한 논의는 사실상 무시되어온 것이다. 일차적으로 모바일 플랫폼의 유통과 관련 정보 채널의 핵심이 되는 모바일 플랫폼은 각종 인증이나 아이템 확률정보 공시 그리고 수익성과 정책의 바람직함을 중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자율규제의 무용론을 말하기에 앞서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이들 플랫폼 사업자들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 앱 플랫폼 비즈니스와 게임사의 공생

한국의 게임은 이미 글로벌 경쟁을 피해갈 수 없다. 모바일 게임 유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앱스토어 혹은 플레이 스토어에 올라오는 게임은 다수가 다국어 기능을 갖추고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한다. 무엇보다 배포에 따른 비용 부담이 적고 현지화를 위한 별도의 노력이 다른 플랫폼보다 더 적게 든다. 모바일 앱 유통 플랫폼을 통해 게임사들은 유통 및 배급 관리에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고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들도 손쉽게 많은 게임들을 비교하여 자기가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게임과 같은 응용 소프트웨어가 개발 및 유통 플랫폼에 의존하는 주된 이유는 비용 편익 때문이다. 확립된 개발 플랫폼을 선택하면 개발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이미 개척된 시장에 편입되기 쉽고 자원과 역량을 차별화 우위를 갖추는 데 집중할 수 있다(Evans et al., 2008). 전통적 생산 기업은 다양한 세분 시장을 공략하면서도 비용 측면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플랫폼을 활용했다. 게임 개발사 역시 플랫폼을 근간으로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며 상품이나 서비스의 기능 신뢰성을 높이기를 기대한다(Lee et al., 2006). 플랫폼 없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개발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들고 시의적절한 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등, 사업상 위험이 높아진다(Economides & Katsamakas, 2006). 모바일 플랫폼은 중소형 게임 개발사가 시장에 진출하여 고객의 선택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기회의 장을 넓힌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Bavota et al., 2014).

보다 많은 고객들이 선택한 모바일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개발을 진행하거나 더 많은 고객이 선호하는 디자인 요소를 채택하고, 보다 더 전형적인 게임 진행 방법 등을 참고하는 일은 플랫폼의 선택과도 관련된다(Hu et al., 2012). 플랫폼이 제공하는 분석 도구를 활용하거나, 고객의 평가 데이터, 또한 다른 경쟁사의 게임을 손쉽게 확인하고 특징을 분석할 수 있으며 이들의 성과 역시 객관적으로 알 수 있으므로 성공적인 게임의 전형을 배울 수 있는 것도 플랫폼 선택의 부가적인 혜택이다. 무엇보다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플랫폼 채택을 통해 생존력을 높이고 자원과 역량을 세분 시장에 집중함으로써 차별화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Ghose et al., 2013). 즉, 자사의 게임이 어떻게 경쟁사와 다른가를 선택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앱 플랫폼 시장에서 생겨나고 사용자의 리뷰, 다운로드 숫자,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가 선정한 여러 순위 기준에 따라 생겨난다.

3. 플랫폼 사업자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앱 플랫폼 사업자는 개발에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는 한편 자신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 앱 마켓에 유통되는 상품의 품질이 유지되도록 노력한다. 모든 앱들을 그냥 등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을 통과한 것만 선별한다. 구글은 정책 센터(Policy Center)를 통해, 확률형 가상 아이템을 제공할 메커니즘을 갖춘 앱들은 반드시 구매 이전에 아이템(즉, 루트 박스) 획득의 확률을 명백히 공개해야 한다((“Apps offering mechanisms to receive randomized virtual items from a purchase (i.e. “loot boxes”) must clearly disclose the odds of receiving those items in advance of purchase” Google Play Policy Center.))는 원칙을 세웠다. 애플 역시 비슷한 원칙을 개발자 센터를 통해 공지한다.((“Apps offering “loot boxes” or other mechanisms that provide randomized virtual items for purchase must disclose the odds of receiving each type of item to customers prior to purchase.”)) 앱스토어의 앱 심사 조건으로 이러한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최소한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려는 노력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이러한 원칙들은 2018년 이후 명시적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제기된 집단소송의 사례와 같이 앱 플랫폼 사업자 역시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에 기초하는 듯 보인다.((https://lawstreetmedia.com/tech/google-faces-class-action-over-google-play-loot-box-apps/))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규제 노력이 본격화되기 전에 이미 한국에서는 자율규제 노력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지속되었다. 2015년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자율규제를 전면실시하였고 2017년에 와서 ‘자율규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 플랫폼 사업자가 가이드라인 정도를 제시하는 것과 한국 정부 및 한국 게임 사업자들의 노력은 뚜렷하게 대조된다. 플랫폼 사업자의 정책 가이드라인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확률을 공시할 것인지, 또한 게임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시스템이 변화될 때 해당 정책의 준수 여부를 어떻게 감시할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다. 반면 한국의 경우 상당 기간 자율규제에 관한 논의를 거쳐 적정 수준의 실질적 조치를 위한 준비를 갖춰나가고 있다.

4. 협의와 협력의 중요성

규제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상태로 비즈니스의 방향을 유도하기 위하여 행해지는 필요적 수단이다. 예를 들어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또한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과 소비를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려는 목적으로 규제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공권력을 통해 효력을 창출한다.

게임이 다른 표현물과 마찬가지로 지나친 폭력성, 선정성 그리고 내용 측면에서 윤리적 판단의 대상이며 사회 구성원의 감시를 받는 대상임에는 틀림없다(김명엽, 2012). 한국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혹은 게임사업법)을 마련하고 주로 표현의 지나침이나 사행성 조장의 문제에 규제의 초점을 둔다(남기연 & 박예진, 2018; 서종희, 2017). 게임의 표현이나 내용에 관한 규제는 사회적 합리성을 달성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 혹은 루트 박스(Loot Box)의 경우 게임의 디자인 요소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규제 가이드라인의 실효적 적용이 특히 어렵다. 등급분류를 받아 일종의 사업권을 취득하거나 이용자 활동을 제한하는 시스템 요소를 갖추는 문제와는 달리 게임이 만들어진 이후에 사후적 처리를 통해 이용자의 흥미를 더하는 요소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디자인은 동적으로 변화되고 조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의 플랫폼을 제공자가 자율규제의 내용에 실효성을 부여하는 일차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편으로 이것이 너무 느슨해서도 너무 선제적이서도 안 된다. 단순히 지금과 같이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자의적 판단에 가까운 선별을 해서는 곤란하다. 또한 부모의 책임 기능(Parent Control)을 제공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다 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부족하다.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게임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시 채널을 제공하거나 그 수준과 내용에 있어서도 우리 사회와 게임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 너무 강한 규제나 국가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 차별이 생기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앱 비즈니스 사업자는 지금까지 앱 생태계의 형성과 발전을 주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율규제에 있어서 정부와 게임사 모두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율규제에 실질적인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실효성이 끝없이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정부 역시 자율규제냐 아니냐 하는 논쟁에 함몰될 것이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가 자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에 먼저 나서야 한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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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연&박예진. (2018). 모바일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규제에 관한 연구. 법학논총, 42(3), 387-416.

배관표&정준화. (2019). 인터넷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와 정부의 역할. 입법과 정책, 11(2), 29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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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ota, G., Linares-Vasquez, M., Bernal-Cardenas, C. E., Di Penta, M., Oliveto, R.& Poshyvanyk, D. (2014). The impact of api change-and fault-proneness on the user ratings of android apps. IEEE Transactions on Software Engineering, 41(4), 38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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