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OK: 먼저, 게임문화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재단의 많은 업무나 사업 중 가장 애착이 가는 혹은 최근 가장 관심 있는 사업이 있으실지요?

김경일 이사장: 개인적으로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게임 리터러시 교육’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그만큼 교육 횟수가 많았던 것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보호자 게임 리터러시 교육은 게임에 관련된 다양한 기능과 정확한 목적, 그리고 여러 가지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효과들을 넘어서서 게임 과몰입과 중독에 대한 우려를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정확한 정보에 대한 중요한 내용 들을 알아볼 수 있는 교육입니다.

부모님(보호자)들은 아직까지도 게임을 오락이라고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신데, 게임은 단순히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피드백 받기 때문에 하는 게 게임이라는 걸 알려주고, 또 학부모님들을 납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그 과정이 재단의 일로서도 의미가 있지만, 저로서도 학문적 관점과 안목을 많이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GSOK: 이사장님께서는 인지심리학자로도 명망이 높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인지심리학자로 여러 강연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게임이 사람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경일 이사장: 재미있는 사실이 의외로 사람들이 머리를 안 쓴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생각도 많이 하고 머리도 많이 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뇌를 쓰게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게임이 사람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다른 걸 다 떠나서 머리를 쓰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께서 ‘2020~2021 게임이용자 임상의학 코호트 연구’ 결과 발표에서 확실하게 보여주셨는데요. 게임 이용자의 평소 뇌 활성화를 분석한 결과 뇌가 활성화되는 게 보였고, 특히 게임 이용자의 전두엽이 일반 이용자에 비해 더욱 활성화됐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는 게임을 많이 하면 전두엽 기능이 저하된다는 통설과는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죠.

또한, 게임 과몰입이 도박중독과 같다는 주장도 있는데, 게임을 도박과 같은 것으로 보고 뇌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하는 뇌와 도박하는 뇌는 확연한 차이가 있어요. 도박을 할 때는 머리를 쓰지 않고 쾌감만 느낍니다. 반면 게임을 할 때 뇌는 계속해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뇌가 활성화됩니다.

GSOK: 게임이 단순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아닌, 인지심리학적 측면에서 게임의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말씀 주시니 더욱 와닿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아닌,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게임이 사람에게 주는 부정적인 영향은 무엇이며, 그 영향은 어디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경일 이사장: 사실 뭐든 과하면 문제가 생기잖아요. 일도 과하면 중독이죠. 애니팡이 인기 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모든 게임에서 피드백이 사라지면 단순한 노동입니다. 그래서 점수가 나오지 않는 게임은 재미가 없어요.

게임은 보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피드백 때문에 하는 것인데, 애니팡 게임을 예를 들자면 점수와 랭킹이라는 피드백이 사람들을 계속 몰입하게 했던 것이죠.

부정적인 영향은 피드백을 워낙 많이 주기 때문에, 우리가 과몰입되기 위한 위험성은 있지만, 또 하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비게임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정말 강하게 싫어하게 된다는 거예요. 다시 말해, 피드백이 없는 행위들에 대해 진득하게 오래 붙어있는 것, 무작정 오래 붙어있는 것들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거죠.

게임은 부정적인 영향이 있으니 제거하자고 하는 주장보다는 게임의 부정적인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GSOK: 현재 게임문화재단에서는 다양한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임 리터러시라는 개념이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게임 리터러시’란 무엇이며, 그것이 왜 중요한지, 또한 ‘미래의 게임 리터러시’는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경일 이사장: 리터러시는 ‘문해력’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언어를 제대로 쓰고 읽고 해독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죠.

‘게임 리터러시’는 왜 중요할까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문맹률이 가장 낮지만 실질 문맹률은 높아요.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글을 읽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글의 내용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게임 리터러시를 한다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점점 게임적 요소가 있어야 돌아가고, 우리가 만드는 수많은 시스템들은 그런 피드백에 속해서 게임적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막상 게임이 무엇인지, 게임의 본질적인 장점과 약점이 무엇이고 어떠한 문제와 어떠한 순기능이 있는지를 전혀 모르죠.

이것이 게임 리터러시 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GSOK: 「문화예술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9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게임이 문화예술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게임이 다른 전통적인 문화산업과 유사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또한, 기존의 문화산업과 게임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경일 이사장: 문화와 예술을 동일시하는 건 조금 조심스러운데요. 문화예술이 중요하다고 하는 건 사전적인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시대에서 연결성이 좋은 사람들로 이전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메타포들이 있는데, 특히 요즘에 나오는 메타포는 그 영향력이 엄청납니다. 그 은유들이 기존과 다른 점은 주도성이죠.

대부분의 문화예술은 주도성이 작가에게 있고, 작가와 공연자가 여전히 많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은 어떨까요? 게임은 제작하고 나면 유저에게 주도권이 넘어가죠. 심지어는 게이머들의 요구에 의해 바뀌기도 합니다.

그만큼 주도성은 굉장히 중요한데요. 세대가 바뀌면서 소비자와 공급자가 주도성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어요. 게임은 다른 문화예술에 비해 조금 더 미래지향적인 예술인데, 예술이 좀 더 게임 쪽으로 변화할 겁니다.

디지털 아트는 사용자들이 어떠한 취향을 보이느냐에 따라 그에 맞춰서 진화하는데, 게임의 주도성을 다른 문화에서도 받아들이고 있어요. 기존의 예술이 감상자나 소비자, 독자, 시청자들에게 권한을 더 많이 내놓게 될 것입니다.

주도권을 내놓지 않으면 결국 더 빠르게 대체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대학도 학생에게 방송사도 시청자에게 게임이 더 많은 영향력을 역으로 행사할 것입니다.

GSOK: 오늘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김경일 이사장: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