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OK: 먼저, 대표님께서 설립하신 재단법인 매일봄미디어는 어떤 분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혜숙 대표: 네, 저희 단체는 전국 단위의 규모로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학부모 강사와 상담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디지털 미디어 세상을 구현해 나가는 것이 저희 단체의 설립 취지입니다.

대상별로 체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디지털 미디어 격차(디지털 기술과 기기 활용)를 줄이기 위한 계층형 맞춤형 미디어 교육과 상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몽골, 영국, 홍콩 등 해외 기관과도 협력을 통해 더 큰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GSOK: 대표님께서 그간 활동하시면서, 많은 리터러시 교육을 수행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 있던 리터러시 교육은 무엇이셨는지요?

박혜숙 대표: 교육을 하면서 느낀건 대상별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따른 내용 전달과 이해에 약간의 편차가 있기도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스마트 미디어를 활용하고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도입하여 직간접 활동과 체험을 병행했던 교육이 기억에 남는데요.

‘디지털 성장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다양한 미션 수행을 완수하면 레벨 업이 되는 방식의 수업인데, 이는 디지털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가는 교육으로 친숙하고 몰입감을 주어 호응도가 아주 높았습니다. 수업은 게임과 온라인 동영상, SNS 모바일 메신저 리터러시를 총 6차시로 2시간씩 진행되었고, 게임 리터러시 역량을 키우기 위한 세부 내용으로는 자신의 게임 사용 모습을 살펴보고, 좋은 점 안 좋은 점을 구분하고, 게임사용 성장계획표를 만들고, 마지막으로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은 현재 본인이 하고 있는 게임을 응용하여 고민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메시지를 담아 연령별 게임 등급의 기준도 참조하면서 결과물을 매우 즐겁게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6차시가 끝나면 디지털 모범시민증을 수여했는데, 학생들이 매우 뿌듯해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GSOK: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 이유가 청소년의 수면시간 보장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수면권 보장에 적절한 수단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다른 수면권 보장에 대한 다양한 수단이 있었으나(예컨대, 학원 영업시간 제한 및 0교시 폐지 등), 콘텐츠에 대한 접근 제한은 SNS나 인터넷 전반이 아닌, 게임만이 유독 그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 의견 부탁드립니다.

박혜숙 대표: 근본적인 문제로 접근하면 이는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 문제로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부모의 학업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지나친 간섭 및 통제가 학생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이죠. 대부분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입니다. 초중고 구분 없이 아이들이 학원에서 귀가하면 보통 밤 10시 정도인데, 돌아오면 쉬고 싶지만, 놀고 싶기도 하고, 그러나 한밤중이고, 또 과중한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고, 쉼을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아요.

최근에는 초등 6학년 집단상담을 진행하면서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학생들은 실컷 잠을 자 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학업 스트레스 문제를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새벽 한두시까지 숙제를 하느라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짬짬이 잘 놀고 싶은데 시간 대비 친구들과 효율적으로 놀 거리가 부족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과중한 학업으로 물리적 공간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지 못했고, 코로나 이후에는 안전이라는 이유로 학교나 가정 사회에서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면서 온전한 자유를 경험하지 못했어요. 발달단계에 따른 과업을 완수하지 못하니까 몸과 마음이 뒤틀렸던 것이고 결국 경쟁 사회에서 가르친 것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었어요.

어쩌면 학생들이 가상공간의 게임을 선택한 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최근 5년간에는 오히려 SNS나 동영상 시청과 의존이 두드러진 현상입니다.

GSOK: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특히 유해하다고 볼 근거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혹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또한, 사회적 인식도 그러할지에 대해 의문입니다. 단순히 학부모가 게임에 대한 리터러시가 약한 이유라고 파악해야 할지요? 이에 대해 의견 부탁드립니다.

박혜숙 대표: 게임에 유해요소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문제행동이 드러난다면 부모는 먼저 관계 문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부모와 소통이 잘 되면 자기통제력이 높아져 게임 과몰입에 빠지지 않습니다. 자기통제력은 학업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으며 학업 스트레스는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간섭, 부모와의 의사소통에 영향을 받습니다.

부모가 게임에 대한 리터러시가 약하기 때문이죠. 게임이 애초부터 부정적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인식으로 게임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만 보기 때문에 게임이 유해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학업 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들이 공부도 잘하고 게임까지 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조절과 통제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5년간을 보면 게임보다는 SNS나 온라인 동영상이 더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학생들이 학원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보통 밤 10시입니다. 초중고를 막론하고 이 시간 이후는 학생들에게는 꼭 필요한 휴식 시간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나름대로 쉬는 방법이 있겠지만 역동적인 아이라면 안타깝게도 그 시간에 신나게 놀 수 있는 자유는 제한적입니다. 똑똑한 이 아이는 자신의 숨통을 열어놓기 위해 환경에 부합한 가장 효용성이 높은 놀이를 선택하게 되겠지요.

게임을 선택한 결과가 학업 스트레스나 다른 심리 부적응 문제를 해소해 주었다면, 당연히 이 아이는 결핍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놀이에 몰두하겠지요. 심야에 학원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자신에게 주는 보상 놀이가 생겨나는 것이죠. 이는 학원에 가는 이상은 루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님들은 자녀의 내적 욕구와 갈등을 간절하게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게임하는 모습만 보고 아이가 게임을 했기 때문에 성적이 떨어졌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저희가 부모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인데요.

게임이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 긍정적인 요소들을 잘 조합하고 활용하면 문제해결 능력은 물론 협업을 하면서 배워 나가는 성취감으로 인해 오히려 학습 효과를 올릴 수도 있습니다. 자녀들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부모님들이 먼저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 SNS나 유튜브, 게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GSOK: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이후,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가정 내 교육권을 존중해 자율적 방식으로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 여가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기 위해 ‘게임시간 선택제를 활용한다는 취지입니다. 게임시간 선택제에 대해서도 현재 다양한 찬반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대표님께서는 이러한 선택적 셧다운제에 대해 어떠한 의견이신지 궁금합니다.

박혜숙 대표: ‘선택적 셧다운제’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대안적 개입 필요하다고 봅니다. 부모의 게임 이해 수준이 낮으면 현상 파악이 어려워 의견 제시도 불가합니다. 먼저 부모들의 게임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무조건 나쁘다에 동조하거나 막연하게 부정적 인식을 갖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와 지식 제공을 통해 자녀와 함께 게임을 해 보는 경험을 축적해보면 좋겠습니다.

게임은 나쁘다 좋다를 떠나서 결국 자신의 선택인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자녀 스스로 시간을 통제하고 자기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여기에 가족의 다양한 취미생활 탐색도 고려된다면 게임 과몰입 위험에 대한 예방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청소년의 자율권이 보장되고, 가정 내 교육권이 자율적 방식으로 존중되려면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입니다.

GSOK: 청소년 보호는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국가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특히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미디어 및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강한 편이었습니다. 이러한 국가의 직접 규제가 부적합하며, 가정 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사회에서의 자정작용 등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어떠한 의견이신지 궁금합니다.

박혜숙 대표: 국가가 강제적으로 규제를 한다고 해서 과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더 강한 반발심만 일으킬 것 같은데요. 보호의 욕구가 대상별로 다를 수 있는데, 청소년도 자신들 나름대로 원하는 욕구가 있고, 선택하고 싶은 욕구도 있는데, 오히려 이를 보장해 주는 게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요? 자율적으로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 가장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무조건 규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정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오히려 본인을 억압한다고 느끼면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GSOK: 오늘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박혜숙 대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