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던 지스타가 2021년에는 부산 벡스코에서 오프라인으로 개최되었다. 많은 게임산업 종사자와 게이머는 물론 게임관련 미디어 및 협·단체 관계자들이 오랜만에 대면으로 만날 수 있게 되어 행사장 분위기는 지스타 기간 내내 매우 밝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주최한 제6회 GSOK 포럼 ‘게임 할 권리와 자율규제_문화향유권을 중심으로’가 2021년 11월 19일 오후 4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벡스코에서 열렸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출범 3주년을 기념하는 성격을 아울러 가진 이번 포럼은 오프라인으로 참석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되었다.

포럼은 황성기 게임정책자율기구 의장의 개회사로 시작되었다. 황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포럼의 배경으로 ‘대중적인 여가생활인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과 그로 인한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여가란 차원에서 게임은 헌법에 의해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문화향유권의 한 내용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규제라는 시각 일변도에서 벗어나 권리라는 측면에서 ‘게임 자율규제가 문화향유권을 중심으로 게임 할 권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 해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번 포럼을 개최하였다고 강조하였다. 포럼 직전인 11월 11일 청소년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청소년보호법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의원 투표결과 여야의원 182명이 찬성으로 압도적으로 가결된 바 있다. 참고로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원은 전혀 없었고, 단지 기권이 7명이 있었을 뿐이었다. 이런 시점에서 이번 포럼은 이보다 더 시의적절할 수 없는 시기에 딱 맞는 주제가 다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박종현 교수는 발제를 통해 문화의 개념과 국제인권법, 헌법에서 문화권의 논의를 개관한 후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에 대한 헌법제판소의 입장과 다양한 판례들을 소개하며, 문화권리로서 게임할 권리를 확립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마쳤다. 청소년게임 셧다운제가 막 폐지된 시점에서 새로운 대안과 관점의 정립에 박종현 교수의 발제는 무언가 모호하게 그럴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을 헌법과 판례 등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게임 할 권리를 필자에게 명료하게 인식시켜주었다. 포럼에 참석하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박교수의 주요한 발제 내용들을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하는 발제문에 대한 핵심들의 요약이다.

2. 포럼 발제요약

인터넷 관련 기업활동은 인터넷 기업 혹은 산업에 대한 정부의 여러 규제에 대해서 대응 논리를 개발할 때 헌법의 표현의 자유라는 어떤 최종적인 아주 강력한 근거에 기대서 다양한 논의를 통해서 규제에 대한 대응 논리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인터넷 관련 기업활동에 속하는 게임관련 활동은 헌법적인 문제가 벌어졌을 때 그것에 대해서 체계적이고 설득력 있는 논의를 설정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그간 재판 판례에서 목격된 사실이다. 게임에 대한 문화로서 가치를 인정을 한다면 게임에 대한 헌법상의 권리를 통해 접근하고자 하는 연구를 이제 막 시작한 상태다. 오늘 발표는 연구 과정에서 집단 지성을 모으고자 하는 취지를 서론을 통해 박교수는 밝혔다.

본격적인 발제에서 박교수는 게임을 문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그가 정리한 문화에 대한 개념 정의는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인간에 의해서 창조된 물질 유산이다. 그러나 이런 물질 유산은 자본과 결합하면서 차별화된다. 물질 유산이라고 똑같은 문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타난 두 번째, 창조에 상당히 집중하는 문화에 대한 설명이 부각된다. 이런 관점은 물화되기 이전의 과정 자체도 문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포괄한다. 이런 관점은 엘리트 문화 뿐 아니라 창조에 관여되는 노동도 이에 포섭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진보적인 입장에서 문화를 설명하는 관점이다. 세 번째, 이데올로기로서 문화로 정치적인 측면에서 문화를 설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본 논의와 무관하기에 설명을 생략한다. 마지막 네 번째, 특정 시대 특정 사회에서 공유된 사람들의 어떤 생활 양식, 신념, 가치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가장 넓은 의미의 문화개념이다.

이런 다양한 문화의 개념은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이라는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소수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면 보편성이 사라지고, 보편성을 강조하면 소수 문화에 대한 권리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1948년 역사상 최초로 문화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세계인권선언에서는 문화에 대한 개념 정의의 중간에 위치하는 예술적 과학적 창조 과정, 개인의 창작 창조에 방점을 두는 개념으로서 문화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권리를 인정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채택하며, 이후 탄생한 각종 국제 규약에 등장하는 문화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표현의 자유나 이런 사상의 자유 이런 것과 달리 문화에 대한 권리가 헌법에서 명문화되어 있지 않고 활용이 아직 적극적으로 되어 있지 않지만 문화 자체를 언급하는 경우들은 꽤 있다. 헌법 전문 11조 등에서 문화의 영역에서 어떤 평등 차별 금지, 9조 그리고 69조에서는 민족 문화 전통 문화에 대한 보호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런 언급들을 토대로 많은 학자들이 우리 헌법이 문화 국가 원리를 헌법상의 기본 원리로서 취하고 있다.

문화국가원리는 독일에서 수입된 개념이다. 영국과 프랑스에 뒤쳐진 독일이 경쟁국을 따라잡는데 경제적인 역량 뿐 아니라 문화적인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탄생하였다. 우리 헌법학계에서는 문화 국가 원리에서 권위적인 국가 중심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국가에서 문화 영역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되는지에 대한 원리와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문화 국가 원리를 접근하면서 문화민주주의라는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의 민주주의를 일상으로 확장한 개념이 문화 민주주의라고도 할 수 있으며, 이것은 문화 복지라는 개념으로 연결된다.

이런 점에서 강제적 셧다운제 판결에서 문화 국가 원리를 적용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문화 국가 원리가 자율성 창조성을 보장하는 것이고 그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다만 개입하는 경우 청소년 보호가 중요하면서도 유일한 근거가 된다. 그런데 국가는 무작정 규제하기보다는 우회할 수 있는 다른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 정책이이 될 수 있다. 문화기본법 7조는 이런 문화정책의 수립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결국 문화권은 기존의 자유권이나 사회권으로 포괄되기 어려운 새로운 복합적 권리로 부각되고 있다. 무산되기는 하였지만 2018년도에 개헌 논의가 활성화되면서 국회에서도 개헌안이 나오고 대통령도 개헌안을 냈는데 그 개헌안 모두에서 문화에 대한 권리를 구체화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여기서 다루어지는 문화권은 창작에 대한 권리 보장과 소비 향유에 있어서의 권리 차별 금지가 주요 핵심이 된다. 특히 소비 향유의 주체로서 개인의 주체성을 보장해 주는 측면은 문화민주주의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는 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문화에서 자율성이 인정된다면 과거 국가 중심의 그러한 규제가 아닌 공권력에 의한 규제가 아닌 공동 규제 혹은 이제 더 발전적인 측면에서는 자율규제 쪽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미국을 비롯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국가들에서 문화권 특히 창작과 접근권이라는 측면에서 문화권을 인정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폭력적인 게임을 대여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그러한 법률에 대한 미국의 연방 대법원이 위헌 결정이 났다.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판결문을 요약해보면, 백설공주는 독살되고, 빨간구두의 여왕은 주인공이 춤추다 죽게 만들고, 신데렐라 새언니들은 비둘기에게 눈알을 쪼이고, 헨젤과 그레텔은 마녀를 오븐에 굽는 등 폭력적인 묘사가 넘쳐났지만 이런 내용이 아동의 폭력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 폭력적인 게임이라는 GTA와 전통적인 동화의 내용에 차이가 없다는 요지다. 스칼리아 대법관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과 더불어 예술과 문화로서의 게임을 판결문 속에 명시한다.

결론으로 박교수는 헌법의 문화권과 문화로서 게임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게임에 대한 창작권은 물론 문화민주주의와 문화 복지라는 측면에서 게임에 대한 접근 및 소비 향유권에 대한 논의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헌법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 추구권은 성인 뿐 아니라 아동들도 자유롭게 게임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보유하기에 게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및 참여의 증진이 가능하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문화권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문화로서 게임이 인정될 때 게임 할 권리와 정책이 어떤 식으로 반영되어야 할지 구체적인 논의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말로 박교수의 발제가 마무리 되었다.

3. 토론

발제 후 숭실대학교 이재홍 교수의 사회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먼저 법무법인 온세미로 이병찬 변호사는 문화향유권과 관련하여 시골에 극장을 운영하는데 지자체에 지원이 있는 것처럼 게임도 적극적으로 문화로서의 권리를 주장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밝혔다. 앞으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나이가 들고 부모가 되면 게임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문화와 예술로서 게임할 권리가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밝히기도 하였다.

그 다음으로 필자(이장주)의 토론이 이어졌다. 게임은 놀이의 일종으로 청소년들의 놀이할 권리는 근대사회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상식에 속한다. 이런 점에서 게임할 권리가 아닌 4차산업혁명시대에 놀이할 권리로서 게임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헌법이 기술적 진보를 반영하지 못하는 과거의 기준에 사로잡혀있지는 않는지 되돌아 볼 필요를 제기하면서, 과거에 없던 기술을 누리는 사회에 사람들의 권리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확장은 게임 할 권리에 대한 의미를 키울 수 있으리라고 토론을 마쳤다.

세 번째 토론은 문화연대 이종임 교수가 마이크를 들었다. 이종임 교수는 발제를 들으며, 미디어 전공자로 많은 준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문화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청소년들의 문화적 향유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게임과 관련돼서는 왜 그렇게 한국 사회에서는 계속적으로 비판적이고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것 통제해야 되는 것으로 여기는 맥락 등 다양한 담론을 법적인 법률적인 측면에서 많이 제안해 주신다면 인문학 혹은 미디어 문화 연구자들이 단단한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밝혔다.

마지막 토론으로 가천대학교 전성민 교수가 맡았다. 프랑스에 남미의 감자를 보급하는데 상당한 저항과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소개하면서 게임도 이와 유사하게 대중화되면서 나타나는 문화적 저항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면서 요즘과 같은 코로나 19 시대에 게임은 비대면(바이러스 프리) 엔터테인먼트라는 점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문화이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를 이끌고 선도하는 차원에서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4. 나오며

이번 포럼은 그간 게임계의 숙원이었던 셧다운제가 폐지되면서 근원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의견을 본격적으로 나누는 공개행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유력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선정되고, 이들이 앞다투어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공약 경쟁에 들어섰다. 문화로서 게임, 그리고 게임할 권리를 제도화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

이런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포럼이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말고 새로 들어선 정부가 정책에 반영하여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후속행사의 기획과 결과물을 알리는 것 역시 게임계에 남겨진 중요한 숙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행사가 해묵은 게임 규제 폐지에 안주하지 않고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게임 문화와 게임할 권리를 새롭게 구축하는 첫 단추로 기억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