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구글이 2021년 1월부터 애플처럼 자사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해 있는 앱 개발사들에게 인앱에서 구글 플레이 결제 시스템을 사용을 의무화하고 모든 앱에 대해 30%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 나오면서 국내 정치·경제계에 커다란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다행스럽게도 구글이 해당 방침의 적용을 올해 9월로 연기하면서 논란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으나 조만간 다시 언론을 달굴 전망이다. 구글 인앱결제수수료와 관련한 여러 가지 쟁점 중 가장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는 수수료 30%가 적정한가이다. 구글의 입장은 인앱결제수수료의 절반가량이 통신사, 신용카드사, PG사 등 결제 파트너에게 재배분되고, 나머지로 자사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를 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앱 개발사들은 간편결제 수수료는 기껏해야 7%인 상황에서 30%의 인앱결제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앱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어렵게 한다고 주장한다.

본 고에서는 30%의 인앱결제수수료가 앱 개발사의 원가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올해 9월까지는 유료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구글의 인앱결제 유료화가 앱 개발사의 원가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구글은 게임앱 개발사에 대해서는 예외로 30%의 인앱결제수수료를 징수해 왔으므로 구글의 30% 인앱결제수수료가 게임 개발사의 원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이미 30% 인앱결제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의 원가경쟁력을 파악해보고, 이를 통해 구글이 플레이스토어의 모든 앱 개발사에 대해 30% 인앱결제수수료를 징수하는 경우, 공급 측면에서 국내 앱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보자.

1.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및 구글 인앱결제수수료 규모

국내 모바일게임시장 규모는 발표 기관에 따라 차이가 난다. 2019년의 경우, 한국콘텐츠진흥원 7.1조 원, Appleannie.com 5.4조 원, 한국모바일산업협회 4.5조 원, igaworks 4.3조 원으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를 추정 발표하였다. 이들 발표 기관들의 시장 규모 추정치의 문제점은 서베이에 의존하거나 구체적인 추정방식을 발표하지 않아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선행연구에서, 공시된 정보가 획득 가능한 A, B, C, D의 재무제표 자료를 분석하여 2019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를 4.9조 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2019년 이들 4개 기업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점유율은 40.2%이다.

4개 기업의 매출 정보를 사용하여 추정한 2019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를 4.9조 원으로 추정하면 같은 기간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가 구글에 지불한 인앱결제수수료는 매출의 30%인 1.5조 원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A가 컨퍼런스콜에서 발표한 여러 실적치 중 유통수수료와 모바일게임 매출의 비율을 계산해 보면 <표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30%에 이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일부 상위업체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과점적인 시장 구조를 띄고 있다. 실제로 igaworks가 발표한 2019년 모바일게임 매출 점유율을 보면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매출의 43.9%,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매출의 54.1%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효과가 나타나는 일부 소수의 상위 게임업체들을 제외하고는 30%의 인앱결제수수료를 감당하기가 매우 어려울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음에서는 2019년 시장점유율 1.9%를 차지한 D와 623개(2018년 기준)로 추정되는 모바일게임업체의 평균(중앙치)에 해당하는 가상의 기업의 예를 들어 실제로 30% 수준의 인앱결제수수료가 이들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2. D의 모바일게임 인앱수수료 추정과 인앱수수료의 경제적 의미

상장기업인 D의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게임 매출액 4,649억 원, 영업비용 3,433억 원, 종업원 급여 574억 원, 연구개발비 582억 원이다. 인앱결제수수료를 모바일게임 매출액의 30%로 추산하면 D가 인앱수수료로 지급한 금액은 1,395억 원이다. 그렇다면 D가 지급한 인앱수수료 1,395억 원은 과연 얼마나 큰 금액일까? 위에서 제시한 수치들과 단순 계산하면 D가 2019년에 지급한 인앱수수료는 종업원 급여의 2.4배, 연구개발비의 2.4배에 해당하며, 영업비용의 41%를 차지하는 금액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인앱결제수수료를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1인평균급여 6,281만 원으로 나누면 2,221명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2019년 말 현재 D의 종업원 수는 940명이므로 D가 인앱결제수수료를 회피할 수 있다면 현재 종업원 수의 236%에 해당하는 인원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2019년 매출액 기준으로 8위, 시장점유율 1.9%를 차지한 게임업체인 D가 지급한 인앱결제수수료의 경제적 의미가 이와 같다면 모바일게임산업의 다수를 차지하는 영세한 중소게임업체들이 인앱결제수수료로 인한 원가경쟁력 부담은 매우 클 것이다. 다음 절에서는 이에 대해서 살펴보자.

3. 모바일게임산업 평균기업의 인앱수수료 추정과 인앱수수료의 경제적 의미

모바일게임 시장은 소수의 상위업체들이 시장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과점적인 시장이지만 다수의 중소게임업체들이 상위업체군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모바일게임산업의 명운은 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의 자료를 이용하여 (가상의) 국내 모바일게임산업 평균기업의 특성을 분석하였다. 백서에서는 모집단 880개의 게임업체에 설문조사를 수행하여 450개의 게임업체로부터 유효 응답을 확보하였으므로 모집단 대비 유효 응답기업 비율은 1.96배이다. 450개의 게임업체 중 모바일게임업체 수는 318개이므로 모바일게임업체의 모집단 수는 623개(318개×1.96)로 추산할 수 있다. 즉, 2019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입해 있는 게임업체는 623개로 추정한다.

또한, 백서의 자료를 통해 2019년 모바일게임업체 매출의 중앙값을 5.3억 원, 신입직원 수 1.9명, 경력직원 수 2.4명임을 추정하였다(<그림 2>. 참조). 따라서 모바일게임산업의 평균기업은 2019년에 약 5.3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에 따라 약 1.6억 원의 지급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제까지의 분석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유추가 가능하다. 2019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를 4.9조 원 중 59.5%에 해당하는 3.9조 원은 소수의 (14개) 게임업체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나머지 40.5%에 해당하는 2.0조 원이 약 623개의 중소게임업체에 의해 만들어졌다. 623개 기업의 평균(중앙치)에 해당하는 가상기업의 매출은 5.3억 원이다. 그렇다면 623개 기업을 대표하는 가상기업은 과연 이와 같은 구조 속에서 원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위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분석을 수행하였다. 상장기업 중 D보다 작은 규모의 모바일게임업체 또는 모바일게임 비중이 매우 큰 업체인 E, F, G의 재무제표 정보를 분석한 후, 이들 결과를 활용하여 보수적인 관점에서 가상기업의 재무정보를 추정하였다. 가상기업의 영업비용 중 가장 중요한 비용 항목인 종업원 급여, 연구개발비 그리고 지급수수료 세 가지가 얼마가 되는가를 추정하였다. D, E, F, G 중 가장 보수적인 비율을 적용하면, 가상기업은 4.3명의 종업원에 대해 종업원 급여 1.9억 원과 연구개발비 0.5억 원이 각각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인앱결제로 인한 지급수수료가 1.6억 원 발생하면 세 가지 항목만으로도 영업비용이 3.9억 원이 된다. 이는 매출액 5.3억 원의 73.8%에 해당하는 수치이다(<그림 3> 참조).

4. 결어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이지만 구글의 인앱결제수수료 인상 방침에 대한 논란은 조만간에 다시 점화될 예정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앱 개발사는 전 세계의 이용자들에게 노출되는 장점이 있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매출의 30%를 인앱결제수수료로 지급하는 것이 적절한가가 주요 논란 중의 하나이다. 특히 9월부터 모든 앱 개발사에 대해 30%의 인앱결제수수료를 징수하기 시작하면 어떤 상황이 도래할지가 모두의 관심사이다. 구글은 “국내 앱 가운데 95%는 무료이고, 나머지 5% 개발사 중에서도 98%는 이미 구글 플레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번 방침 변경에 영향을 받는 앱은 100개 미만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의 분석에서도 나타났듯이 이미 인입결제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모바일게임업체의 경우에는 인앱결제수수료가 영업비용의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모바일게임시장이 규모의 경제효과가 나타나는 일부 소수의 상위 게임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업체가 영세한 상황에서 30%의 인앱결제수수료 징수로 이들의 원가경쟁력이 크게 저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게임시장의 미래는 엔씨소프트나 넥슨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도 제2의 엔씨소프트나 넥슨을 꿈꾸는 중소벤처게임업체가 미래를 좌우한다. 이들이 싹도 피워보기 전에 원가경쟁력을 상실한다면 국내 게임시장의 지속가능성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게임시장의 현황을 고려하면 다른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인앱결제수수료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