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라는 문화상품에 대해서는 다른 문화상품과 달리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극단적이다. 게임이라는 문화상품의 가치를 낮게 보는 쪽에서는 게임이 과몰입만을 일으켜 사회성을 나쁘게 하는 대상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특히 ’20년 COVID-19로 인한 전세계적인 팬더믹 상황에서 게임은 오히려 안전하게 다른 타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문화상품으로 인식되어 ‘PlayApartTogerther’ 캠페인 등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우리 국민의 70.5%는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다수가 게임을 즐기는 현재에도, 게임에 대한 특히 부모님들의 인식은 ‘공부를 방해하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로 인해 학부모와 자녀의 갈등이 생기고, 이로 인해 게임은 다시 나쁜 상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장주 소장은 최근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게임으로 발생한 학부모와 자녀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게임으로 자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게임을 통해 자녀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GSOK은 심리학을 전공하신 이장주 소장님을 찾아뵙고, 책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게임 심리학이라는 흔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여쭈었다. 이장주 소장은 인터뷰를 통해 게임이 여가생활을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주셨다.

GSOK: 소장님께서는 게임 심리학을 주 연구 소재로 삼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리학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의식 현상과 행동을 연구하는 분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심리학은 인간의 여러 측면을 다루기 때문에, 소장님께서 이러한 심리학에 게임이라는 분야를 접목하게 된 시기의 게임은 심리학에서 다루기엔 범위가 좁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게임에 심리학을 접목하신 선구자적인 안목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게임의 어떠한 특성이 소장님께서 인간의 심리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장주 소장: 우선 심리학이 학문의 틀을 갖춘 지 150년이 안 됐는데, 심리학이라고 해서 한 학문이 자리를 잡아서 큰 틀이 있다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심리학들이 뭉쳐 있는 게 양상이고요. 따라서 학교 심리학, 교통 심리학, 군대 심리학, 이상 심리학 등 종류가 많은데요. 사람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게임을 주제로 게임 심리학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03년도에 박사학위를 하고 명지대에서 여가 심리학을 연구하던 때였습니다. 그 당시가 우리 사회가 바뀌던 시기였어요. 주5일제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여가 사회로 진출하게 되고,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제도가 개편되는 시기였어요.

이 시기 e스포츠가 붐업이 되면서 특히 04년에 광안리에서 십만 명이 모이면서 큰 사회적 이슈 거리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 현상을 보면서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그리고 오프라인과는 조금 다른 놀이와 활동들이 일어나고 있고 이런 현상들이 추후에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즐겁고 재밌게 놀 수 있을까 생각을 했고, 이것이 게임 심리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입니다. 즉, 무엇인가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한 건 아니었고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의 어떠한 부분이 인간 심리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기본적으로 게임에서는 다 주인공이죠. 오프라인에서는 주인공이 되기 힘들어요. 누구나 다 어릴 때는 주인공을 꿈꾸잖아요. 그러면서 어른이 되면서 포기할 거 포기하고 누를 거 누르면서 살아가는 게 현대인들인데 굳이 게임이나 이런 온라인의 활동은 이런 것들을 억누르거나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인간의 자아실현이라는 게 현실에서 자아실현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으로 결합된 자아실현은 현실의 자아실현보다 훨씬 더 쉽고, 이를 통해 만족을 얻는다면, 그게 심리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다 어릴 때는 주인공을 꿈꾸잖아요. 게임에서는 다 주인공이죠.

GSOK: : 일반적으로 비전공자에게 심리학은 학창시절에 한 번쯤은 접했던 프로이트, 융의 고전 심리학, 혹은 정신 의학에서 다루는 이상 심리학의 이미지가 강해 거부감이 있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한마디로 심리학을 정의하긴 어렵겠지만, 소장님께서 보시기에 심리학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과 의미를 가지고 계신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장주 소장: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죠. 어렵긴 한데 기본적으로 옛날 심리학들은 주로 말씀하셨던 대로 불편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역할들에서 심리학이 포지셔닝이 됐었어요. 그러다 보니 심리학자에게 상담을 한다는 건 핸디캡이 있거나 이런 생각이 들었고, 심리학에 대한 신비주의가 있다 보니 심리학자들하고 만나는 거를 달가워하지 않았어요. 말만 해도 내 속 다 아는 거 아냐? 이런 이야기를 얼마 전까지 들었고, 요즘도 가끔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면 사람 마음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다 잘 몰라요. 그런데 조금만 더 노력하고 심리학적 방법을 통해 조금 더 근접할 수 있다는 거죠. 오십보백보라도 조금 더 이해하고, 덜 갈등하고, 조금 더 재미있고,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겠다 싶어요. 요즘 게임계에서도 김경일 교수 등 다양한 심리학자들이 계시죠. 이 분들의 책이나 유튜브 등을 통한 강연들이 인기가 많죠.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세상이 복잡해지고 서비스의 고급화, 개별화되고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이때 심리학을 많이 이용하죠. 똑같은 서비스라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조건에서 제공되느냐 이런 것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측면에서는 비슷한 맥락이지만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세상과 자기에 대한 설명의 욕구들이 높아집니다. 예전에는 안 되는 것에 대해 팔자려니 했는데, 삶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설명의 욕구가 높아집니다. 그러나, 설명이라는 게 실제로 정답이 있지는 않아요. 정답이 아니더라도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덜 불편해지죠. 그게 설령 뜬금없는 거라도. 이런 욕구들이 실제로 심리학에 관한 관심들을 키워왔고, 아기를 키우는데, 기업 운영, 물건을 판매하는데 심리학이 있지 않겠습니까? 게임이라고 해서 이런 트렌드에서 벗어나지 않고, 심리학이 게임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겠죠.

GSOK: : 게임이라는 놀이 수단은 인간의 심리에 일반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는지요? (도박은 일반적으로 사행성 때문에 안 좋은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게임과 도박의 차이, 심리적 차이 등)

이장주 소장: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긴 한데, 저는 문화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문화 심리학은 ‘우리가 하는 활동들이 내면화된 게 심리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쉽게 말해 언어가 다르면 (특정언어로 사고하기 때문에) 사고 가치체계가 다르고 이에 따라 토론 양식들이 달라지는 현상을 들 수 있겠습니다.

게임은 이러한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언어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게임처럼 바라보고 게임의 원리로 설명을 하고 스스로 전략들을 가지고 게임을 하죠.

이게 왜 중요하냐면 사회의 복지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생존이라는 것이 실제 물리적인 죽음과 삶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 생존에 실패하면 당장 아사하는 경우도 있었겠죠. 하지만, 이젠 복지 수준의 확충으로 아무도 안 죽어요. 그러면 인생에서의 생존은 게임에서 죽느냐 사느냐와 거의 비슷해집니다. 죽는다는 건 어떻게 보면 실패했다는 이야기죠. 그럼 이제까지의 전략이 잘못됐거나, 내 역량이 부족했거나, 상황 파악을 잘못했거나 그런 측면이 있겠죠. 이런 걸 보완을 해서 사업이 됐든 교육이 됐든 어떤 영역에서건 게임의 방식을 점점 더 내면화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내면화를 잘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점점 게임은 게임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각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임과 도박의 차이) 도박은 크게 보면 게임의 일종이에요. 게임의 일종인데 실제로 도박이 게임과 일치하냐고 하면 그건 아니죠. 아주 일부분인데 그러면 보편적인 게임과 도박의 가장 큰 차이는 도박은 해서 많이 따서 그 게임을 끝내는 게 목적이에요. 게임은 끝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게임을 지속하는 게 목적이에요. 보통 그러잖아요. 실력 차이가 나면 접어주잖아요. 그 게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는 점에서 끝내는 게 목적인 도박과 다르죠.

도박과 게임은 궁극적인 동기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지속하는 게 목적인 게임은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과 똑같아요. 우리의 삶이라는 게 계속 사는 것이 목적이지 뭐 거창한 것을 남기려고 사는게 아니잖아요. 사는 게 목적인 게 게임과 똑같은 거죠.

여기에서 도박처럼 일확천금해가지고 지금 이 삶을 빨리 종결시키고 다른 거로 넘어가려다가 대부분 사고가 나죠. 간혹 가다 성공한 사람들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그런 점에서 도박과 다른 측면이 있죠. 내 삶이 이대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도박으로 빠지죠. 게임 문제가 아니라 도박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사회를 살펴봐야지 ‘왜 이 사람들이 도박을 하냐?’라고 개인적인 차원으로 문제를 축소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봅니다.

도박과 게임의 가장 큰 차이는 게임은 계속 지속해서 하는 게 목적이라면 도박은 끝내는 게 목적이라는 거죠

GSOK: 최근 발간하신 ‘게임 세대 아이와 소통하는 법’을 읽으면서 우선적으로 이런 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먼저 궁금했습니다.

이장주 소장: 게임과 관련하여 질병코드, 셧다운 제도 등 정책적인 문화적인 이슈들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가장 근원적인 원인은 정책과 관련한 가장 민감한 대상들이 어머니, 부모님들 즉 실제로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분들에게 이해할 만한 이야기들을 전하고, 서로 소통을 해야 대화도 하고 타협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근원적인 목적이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제 책을 읽은 분들 중에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책 속에 제시한 방법으로 자녀와 소통할 수 있겠구나라는 피드백, 부모님들이 뭔가 내가 조금 잘못 생각했고, 다른 방향도 있구나라는 피드백들이 많더라고요. 저에게 참 감사한 피드백이었습니다.

GSOK: 한국 사회에서 특히 아이가 게임을 취미로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부모와의 소통을 가로막는’ 문제로 인식되는데, 그렇게 인식되게 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장주 소장: 사실은 게임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다 이야기해요. 결국, 게임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면 뭐가 문제냐? 공부에서 성적이 떨어지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공부에서 성적이 떨어지면 성공을 못 할 것 같으니까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해서 이게 큰 문제라고 생각하니까 아이가 게임을 하는 걸 막으려고 하시고, 웬만하면 적게 하게 하려고 하는데, 실제로 심리학적으로 보면 성공하기 어려운 방법입니다. 이제까지 역사적으로 누군가 압박을 통해 성공했던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만약에 그랬다면 춘추전국시대 이후 강력한 법에 의한 통치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세상을 지배했을 겁니다. 물론 단시간에 성공할 수는 있습니다. 진시황도 그랬고, 하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 이후 수많은 것들이 반복됐는데 장기적으로 성공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미국 부시 대통령의 영부인 바바라 부시가 ‘say no’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담배, 약물을 하는 거에 대해서 부모가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알아들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게임계에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게임리터리시가 딱 그 사례인 듯합니다. 부모가 아이한테 이야기해서 하지 마라 하라 하면 아이가 알아들을 것이다. 이런 방법들은 실패했어요. 왜 실패했을까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예전 아이들이 아니에요. 부모님보다 기술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어요. 어찌 보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아이들은 원주민이고 부모들은 이주민이에요. 예를 들어 미국에 이민을 갔는데, 거기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미국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해서 자연스럽게 그 사회에 녹아들지만, 부모는 아이들보다 언어나 문화의 이해가 서툴잖아요. AI와 로봇이 등장하는 이런 시점에 아이들은 이미 원주민이고 부모는 이주민이라는 거죠. 이주민이 원주민을 가르쳐서 원주민이 살던 곳에 성공을 시킨다. 이거는 확률이 굉장히 낮아요. 문제는 이런 사실을 부모님들이 몰라요. 최선을 다해서 아이를 양육하고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하시겠죠. 이 방법 이외의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모르시니까 강력하게 이야기하시고 강력한 규제를 말씀하시는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례들을 계속하시고 계세요. 자기 아이들을 기르는데 잘잘못을 제가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저도 아이가 셋이지만, 아이들을 잘 가르치냐? 또 그것도 아니에요. 적어도 그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걸 선택할지 저걸 선택할지 고민을 조금 하게 된다는 거죠. 아이와 가정환경을 생각하면서 조금 더 현실적인 방안 아이들의 이야기와 행동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조금 달리하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이도 속 편하게 게임을 하고, 부모도 게임을 하는 아이들 너무 불편하게만 보지 않고, 이런 것들을 가지고도 지금보다는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게임을 막는다고 공부하는 거 아니잖아요”

구체적으로 요약을 하자면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은 ‘공부해서 좋은 점수가 나오면 성공한다’ 이 방식에서 ‘게임을 통해서도 성공할 수 있다’라고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굳이 공부와 게임을 적대적으로 놓을 게 아니라 선택지로 생각해서 선택하거나 혹은 공부를 밀어주듯이 게임도 밀어줄 만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혹여 아이가 게임에 대해 가능성이 있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다면, 굳이 이것을 부정할게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저의 경험담인데 큰아이가 20살이고 막내가 중3인데 별일 없이 잘 크고 있어요. 통제하고 싸우고 했던 집이나 안 그런 집이나 별 차이 없다면 뭐하러 갈등을 만드는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의 이야기가 옳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했더니 별 차이 없더라 굳이 너무 불안해해서 통제하고 싸우지 말고 그냥 하고 싶다는 아이를 지원해 주고, 다른 방향이나 팁을 제공하면 더 원활하지 않을까 해서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적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누군가를 압박해서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GSOK: 앞서 질문의 답변 중에 ‘역사적으로 누군가를 압박해서 성공 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압박하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모도 자식을 직접 압박하기보다는 그런 역할을 다른 사람이 해주길 원하고, 그게 정부의 역할이 되어 게임 셧다운제 등이 제도화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런 부모의 태도가 자식의 성장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또한 적절한 정부의 역할은 어떤 것이라고 심리학적으로 생각하시는지요?

이장주 소장: 정부가 부모를 대신해서 아이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것을 양육의 ‘아웃소싱’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단기적으로 신경 쓰지 않고 편리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을 듯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논의하고 합의하는 해결과정을 배울 기회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손실도 만만찮게 있습니다. 만약 앞으로 기술이 더 진보해서 부모가 감당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나오면 그때마다 정부가 나서서 청소년들을 압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건 청소년들에게도 문제이지만 부모들 자신들이 자녀와 소통하는 소중한 기술과 기회를 버리는 것입니다.

정부의 입장에서 부모도 국민이고, 자녀도 국민입니다. 그런 점에서 누구의 편이 아닌 상호의 입장을 잘 전달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주로 부모의 편에 서서 정책을 추진하기에 청년들의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배경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모범적인 사례들을 발굴하여 알린다면, 부모와 자녀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GSOK: 책을 읽으면서 게임과 타 산업 간의 협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게임을 한 경험도 사회에서 이제는 경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게임을 한 것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경력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장주 소장: ‘게임 덕후’의 필요성은 나날이 증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게임 덕후’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생겨난 이유는 시장과 소비자 환경이 급속히 바뀌는 환경에서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테슬라, 루이뷔통, 구찌 등에서 게임의 요소를 접목하여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주류세력인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게임업계와 콜라보를 하는 등 첨단 영역과 전통 영역 가릴 것 없이 게임은 이제 일상의 한 부분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요소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여러 분야에서 이미 게임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게임개발자와 게임을 잘하는 사람들을 뽑기 시작한 것이고, 이로 인해 아이들이 미래 전문가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아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 가능성을 실현시켜 줄 수 있도록 돕는 좋은 멘토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본인의 자녀가 게임에 흥미가 있거나 또는 잘하거나, 게임 정보에 익숙하다면 그것이 오히려 경쟁력이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새로운 게임과 다른 산업 간의 협업을 눈여겨보는 것도 자녀의 미래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GSOK: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통제력에 대해 경험을 하고,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이가 이러한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함에 있어 부모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이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추천해주시고 싶은 방식 혹은 구체적인 유형이 있으실까요?

이장주 소장: 유능하다는 것은 남들보다 더 큰 일, 어려운 일을 해나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는 분야에서 유능함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분야 사이에서 본인의 유능함을 알아챈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죠. 어떤 한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유능함을 과시하게 되면 그 효과의 파급력은 매우 큰데, 사람들의 인정으로 인해 자신감을 갖게 되어 생활 전반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될 수 있죠.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이들이 자유를 느끼기 위해, 통제력을 얻기 위해 선택하는 활동 중 하나가 게임입니다. 게임에서는 보통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강력한 상대를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자신의 통제력이 상승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냥 더 재미를 느끼는 게임을 하는 것이지만요.

지혜로운 부모는 본인의 관심이 자칫 독이 될 수 있음을 늘 주의합니다. 자녀가 부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그들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수록 아이는 스스로의 주관과 판단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GSOK: 또한, 게임을 매개로 자녀와 소통하는 바람직한 방법도 더불어 책에 소개해준 부분이 게임으로 인해 갈등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이러한 게임을 매개로 자녀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이장주 소장: 우리 부모님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존중’입니다. ‘존중’은 상대방의 의견과 동일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러나 공감과 존중을 가지고 옳은 말을 하면 수용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게임을 하는 것을 존중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아이들이 게임을 한다고 할 때, 누구와 하는지 또는 거기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승패와 더불어 어떤 종류의 집단적 즐거움을 경험했는지 함께 물어봐 준다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사소하지만,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 공감과 관심을 받으면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존중’은 상대방의 의견과 동일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러나 공감과 존중을 가지고 옳은 말을 하면 수용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GSOK: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이장주 소장: 사실은 이제야 고백하는 거지만 책을 쓰면서 제 자신이 ‘지식착각’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식착각’이란 실제로는 잘 모르지만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의미하죠.

그래서 다른 연구자나 선생님들이 어떤 답을 하시는지 찾아봤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만족할 만한 답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게임을 둘러싼 문제의 해답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이 없으면 만들어가야죠. 여럿이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는 누군가 먼저 시작을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용기를 내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 가운데 좋은 의견이나 방법을 알고 계시다면, 메일로 의견을 주시거나 페이스북 메시지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책을 비판하는 것도 감사하지만, 저는 비판을 넘어서 더 나은 방법에 대해 여러 의견이 함께 공유되었으면 합니다.

GSOK: 오늘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이장주 소장: 수고하셨습니다.